‘무늬만’ 친환경 하천?

오산천 등 수백억 들여 하천정비사업…

24일 오후 2시께 오산시 오산동 오산시민회관 앞 오산천변 고수부지.

국토관리청이 지난 2001년 10월부터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360여억원을 들여 화성시 동탄면 영천리부터 평택시 서탄면 금암리에 이르는 13.5㎞ 구간의 오산천에 대해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곳은 새롭게 단장한 산책로와 습지, 자연석 위로 설치된 나무다리와 깨끗한 농구장 등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하천으로 가까이 내려가면 이전의 기대와 달리 겨우 무릎이 잠길 정도의 수심인데도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썩어있는데다 기름띠가 곳곳에 떠다녔다.

새로 낸 여울가에는 음료수캔, 종이컵, PT병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수초에 걸려 있으며 바닥을 한 번 휘젓자 어른 키만한 폐비닐이 녹조류와 엉켜 악취가 진동했다.

자연형 하천정화사업 완료를 2개월여 앞둔 오산천의 올해 평균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는 상류가 4.4눹(3급수), 하류가 6.9눹(4급수)으로 이는 공업용수 이하의 수질로서 피부에 오래 노출될 경우 피부질환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더욱이 수백억원을 들인 자연형 하천사업이지만 오수 처리시설 등 오염원을 차단하는 시설에 대한 별도의 사업은 추진되지 않아 친환경하천사업의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경기도가 벌이고 있는 자연형 하천정화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지난해말 사업이 완료된 군포 안양천이 3급수(3.9눹), 지난 7월 사업완료된 안양 안양천이 5급수(10눹)이며 올해말 사업이 완료될 예정인 과천 양재천도 4급수(6.5눹)다.

이처럼 수백억원을 투입해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을 벌이면서도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공장 및 생활 오폐수 처리시설 확충 등이 따르지 못해 반쪽짜리 사업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수원환경운동연합 장동빈 사무국장은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은 단순히 징검다리를 만들고 체육시설을 세우는 건설행위가 아니다”라며 “구간이 아닌 하천 전체 유역의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노력이 없으면 모양만 ‘자연형 하천’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성준기자 sjl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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