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콤비' MC몽ㆍ김건우 "우린 영원한 듀엣"

"되게 쑥스럽네. 왜 이렇게 입가가 경직되지? (MC)몽아 가수들 정말 고생 많구나."

그룹 피플크루 시절부터 MC몽 1~3집까지 동고동락한 작곡가 김건우(37). MC몽(본명 신동현ㆍ27)과 '가요계 명콤비'로 불리는 그가 기자 대신 3집 '더 웨이 아이 엠(The way i am)'을 낸 MC몽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작곡가들이 대개 그렇듯 야행성인 그에게 인터뷰 시각인 오전 11시는 한밤중. 그러나 김건우는 MC몽을 위해 경기도 평촌에서 광화문까지 기꺼이 왔다.

'찰칵 찰칵'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MC몽이 "형, 저랑 시선이 맞아야 돼요. 고개를 살짝 드세요"라며 친절히 지도하는 모습. 오선지 대신 취재수첩과 펜을 든 김건우는 "무슨 얘기부터 꺼내야 하지"라며 난감한 표정이다. "어제 밤새 고민했는데…. 그래, 1999년 우리 첫 만남부터 가자. 음반 제목처럼 너 방식대로 걷고 있는 음악의 길을 얘기해보자."라고 말문을 열자 "형, 긴장 풀고"라며 MC몽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김건우(이하 김) = 이태원 지하에 있던 기획사 아이비뮤직 로비, 한 평도 채 안되는 공간에서 피플크루 10여 명이 쪼그리고 앉아 메이크업을 받고 있더라. 그때 가장 불쌍한 표정의 네가 유독 눈에 띄었어. 넌 그때 '뜨지 않은 팀의 한 일원'일 뿐이었는데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더라.

▲MC몽(이하 몽) = 흐흐. 애들이랑 뭉쳐다니며 랩을 했죠. 피플크루 멤버가 되면서 막 프로에 입문한 때였어요. 제게 처음 작사 기회를 주신 분이 형인 거 알아요? 피플크루 2집 수록곡 '비밀의 화원'에서 제가 쓴 작은 부분까지 살려주셨죠. 그때부터 3년간 일기를 썼어요. 그걸 혼자서 랩으로 부르며 연습했어요.

▲김 = 돈이 없는 네게 밥을 사주면 넌 쇼를 보여주곤 했는데(웃음). 언젠가 네가 머리에 떠오른 가사를 담뱃갑 은박지나 손바닥에 적길래 놀랐다. '이놈 정말 열의가 대단하구나'하고. 너 솔로 1집 준비할 때 내가 프로듀서 맡는다니까 주위에서 결사 반대했어. 넌 절대 안된다고. 하지만 확신이 있었다. 넌 된다는.

▲몽 = 그룹하다 솔로 할 수 있을지, 지금 사장님, 저 모두 확신이 없었는데요 뭘. 피플크루 3집 끝나고 썼던 솔로 1집 타이틀곡 '180°'는 예전 기획사 사장님께 '까인' 곡이잖아요. 월 15만원 하는 반지하 숙소에서 인생 180°역전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쓴 곡인데…. 그땐 CF로 수억 벌었다는 연예인이 신문 1면을 장식하면 그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김 = 1집 때 이미 넌 라임(rhyme:압운)이 훌륭했고 박자감도 좋았고 레코딩 시스템도 습득한 단계였어. 널 '힙합 전사'가 아닌, '힙합 전도사'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 정통 힙합 계보에서 벗어나 힙합에 팝을 가미, 대중에게 친근한 음악으로 다가가도록. 힙합에 달콤한 송 피처링을 넣은 '너에게 쓰는 편지'가 히트한 건 우리 의도가 적중했다는 거야.

▲몽 = 음반을 낼수록 틀려도 해답을 찾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형과 의견 교환을 하고 우리가 서로 숙제를 해서 만났을 땐 이젠 완벽에 가깝잖아요. 헤헤.

▲김 = 우린 서로 스승이자 제자 관계지. 둘이 노래 상의하고 내가 작곡이란 숙제를 하면 넌 작사란 다음 과제를 하니까. 자식, 과제물 성실하게 해오더라. 점차 대중이 공감하는 가사를 쓰던데? 예전엔 A=A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했지만 이젠 B를 설명하려고 A를 얘기하는 은유적인 접근을 하더라.

▲몽 = 저도 대중의 한 사람일 뿐, 대중적인 코드가 뭔진 몰라요. 유치해도 삶에서 느끼는 걸 쓸 뿐이죠. 만약 가사가 달라졌다면 제 가치관의 변화 때문이겠죠. 1집에선 경험, 2집에는 경험에다 상상을 더했어요. 3집 땐 그간 고백하지 않은 가슴 속 이야기를 하려니 은유적인 표현이 필요했어요. 영어 랩을 쓰기 위해 외국인 강사에게 개인 레슨도 받았고요. 길 가다 좋은 문구 보면 이젠 휴대폰에 녹음합니다. 시대 참 좋아졌죠.

▲김 = 3집 녹음하면서 너 영화 '뚝방전설' 촬영 때문에 스케줄 빼기 힘들어 내가 스트레스 받은 거 아니? 그런데 네가 울면서 '형이 이해해주면 안될까'라고 하길래 놀랐다. 영화 촬영하며 귀를 다쳤는데도 한쪽 헤드폰만 끼고 한 달반 동안 매일같이 녹음하는 무서운 놈. 그때 나, 반성했다. '내가 잠을 덜 자더라도 좋은 음악 만들어줘야지' 하고.

▲몽 = 형이 쓴 3집 데모곡을 듣고서 제가 불만족스럽게 '형, 이젠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요'라고 얘기했을 때 좀 서운했죠?

▲김 = 나 그때 충격 먹었다. 너랑 30분간 전화 통화하며 '넌 발전했는데, 난 제자리구나'하고. 반성하며 3일간 틀어박혀 새로운 10곡을 써서 들려줬을 때 너, 뭐라고 한지 기억나냐?

▲몽 = (김건우와 합창으로) 형, 이거잖아요~. 푸하하. 그래서 타이틀곡 '아이스크림'이 탄생한 거잖아요. 또 일본 엠플로 여성보컬 출신인 리사가 피처링해 지금 온라인을 심하게 강타하고 있는 '너에게 쓰는 편지 Part2'도 나왔고(웃음).

▲김 = 난 늘 너와 작업하며 내 음반이란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난 단지 가수 MC몽이 못하는 1%의 기술적인 서포트를 할 뿐이지만. 향후 4집도 함께 한다면 내가 차지할 퍼센트는 더욱 줄어들 거야.

▲몽 = 제가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서 광대짓을 하지만 전 늘 형과 듀엣이란 생각으로 노래해요.

▲김 = 넌 정말 인간적인 연예인이야. 이번에 내 녹음실 오픈했을 때 네가 공기청정기 사왔잖니. 매니저가 같이 왔는데도 칭찬받고 싶어서 손수 들고와 내게 선물을 안겼지. 넌 사생활에선 연예인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특이한 놈이다. 그런데 몽아 부탁하나 하자. 제발 트랙 수 좀 줄여주라. 믹싱할 때 힘들어죽겠다. 내가 몰래 빼곤 했는데 정말 이번엔 하나도 안 뺐거든?

▲몽 = 전 형한테 바라는 게 없는데~(웃음).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언젠가 형과 공동 프로듀서로 후배들도 키워보고 싶네요.

▲김 = 아니지, 그땐 MC몽 프로듀서, 난 디렉터일 뿐이다.

▲몽 = 형, '아이스크림' 노래도 좋고 안무도 예술로 나왔어요. 저, 열심히 활동합니다. '대박' 내서 형 저작권료 왕창 챙겨드릴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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