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작권의 노래

“우리 국군을 왜 미군이 지휘해?” “주권 침해다!” “에잇! 자존심 상해… 저네들 속국인가?”

전시 작전통제권을 둔 거부감의 정서 반응은 이런 것이다.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미군이 되고 국군은 고작 부사령관에 머무르는 것도 불만이다. 이에 부아를 터뜨리지 않으면 그건 간이 없는 시러베다.

인민을 굶주리게 한 돈으로 화생방 분야의 대량살상 무기개발에 이어 역시 대량살상 무기로 가공할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고 핵무기 실험을 서둔다. 북의 군사력은 세계적으로 막강하다. 선군정치를 내세워 강성대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비해 남쪽은 아니다. 국방예산을 상대적으로 절감한 예산을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고 사회복지비에 보탠다. 미군을 이용한 틈새 여유의 재원인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미군이 왜 이 땅에 있나?” “양코배기 군대를 몰아내자!”고 한다. 자주국방비가 대수냐고 한다. 이는 간이 부은 시러베다.

자주국방의 개념이 뭔가, 자주와 동맹은 동전의 앞뒤와 같아 한쪽만 보아선 안된다. 자주가 없는 동맹은 성립되지 않고 동맹없는 자주는 만용이다.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미군이라고 해서 자주국방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군 통수권은 건재하다. 전작권이 뭐가 그리 급한가, 자주국방을 한다며 전작권을 돌려달라고 자꾸 보채니까 ‘그럼 옜다 가져가라’고 한다. 부시는 한 술 더 떠 ‘2012년에 가져갈 것 없이 아예 2009년에 가져가라’고 했다. 2012년에 맞춘 이 정부의 국방중기계획이 뒤틀릴 판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도 50 대 50으로 하자고 한다. 이렇게 되면 연간 부담액이 당장 8천500억원으로 늘어 지금보다 1천700억원이 늘어난다. 이 정부의 ‘국방개혁 2020’에 따르면 총국방비가 무려 621조에 이른다. 국민 1인당 국방비 부담이 1천250만원으로 4인 기준 가구당 5천만원이 된다.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괴이한 말을 했다. “북한은 한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굉장히 많은 능력을 갖고 있고 능력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추켜 올리기도 했다. “미국은 한국 국민이 주한미군 주둔을 원치 않으면 언제든지 철군할 준비가 돼있다”는 말과 상통한다. 철군설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주한미국대사로 있을 적에 한 말을 칼럼자가 여럿이 함께 직접 들은 얘기다.

국방은 가상의 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총부릴 맞대고 있다. 미국의 자국 군인 주한 배치는 전방 근무의 개념에 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터로 보는 것이다. 전쟁 발발은 물론 북의 재남침이다.

그러나 재남침의 우려를 말하면 정신병자로 보는 진짜 정신병자들이 있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남북이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판에 전쟁이라니 무슨 넋나간 소리”냐고 힐난한다. 냉전 꼴통 보수세력이 민족화해를 해치고 남북통일을 해친다며 민족반역자 보듯이 한다. 보수도 좋고 진보도 다 좋다. 참으로 걱정되는 것은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조국통일 이룩하자”는 사람이 있어도 이를 두둔하고 나서는 족속들이다. 심지어는 북이 핵 무기를 갖는 것을 민족자강으로 보아 당연시하기도 한다.

박정희·전두환의 군사독재는 온갖 욕설을 해대면서 군사우위의 선군정치 지배는 민족자주라고 입에 거품을 쏟아가며 칭찬한다. 주목되는 것은 이런 족속들이 전작권을 말하고, 미군 철수를 말하고, 민족공조를 말한다는 사실이다. 무서운 것이 세월이다. 이미 로동당이 수십년 전에 대남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설정한 남반부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성숙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결코 진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진보와 보수는 역사 발전의 동반자 관계다. 두려운 것은 진보를 위장, ‘우리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친북세력이다. 대북지원이나 교류는 어디까지나 동포애의 협력관계이지 대북추종관계는 아닌 것이다.

꽤나 시끄럽게 전작권 소동을 빚은 진앙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지지도가 추락한 10% 대에서 관심을 끌어올릴 이슈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 전작권을 둔 평지풍파의 안보장사다. ‘국군을 왜 미군이 지휘하느냐?’는 감상적 분노를 자극했다. 그래도 한미동맹에 이상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미국을 이용하자고 하면 사대주의라고 우긴다.

국민의 국방비 부담이 무거워진다. 국민의 살림도, 나라 살림도 말이 아니다. 국민의 가계부채가 545조다. 가구당 3천500만원이다. 국가채무도 산더미다. 지난해말 248조이던 게 올 연말엔 280조, 이 정권 말기인 내년 말엔 300조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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