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룡 ‘분신’으로 열연한 하동훈… 새 영화 ‘원탁의 천사’

영화 ‘원탁의 천사’(감독 권성국·제작 시네마제니스)는 뻔한 웃음코드를 가진 작품이다. 톰 행크스가 소년시절의 몸으로 돌아갔던 ‘빅’(1998),아버지와 아들의 몸이 바뀌었던 ‘마법의 이중주’(1988),어머니와 딸의 몸이 바뀐 ‘프리키 프라이데이’(2003),여고생과 남고생이 바뀐 우리 영화 ‘체인지’(1996) 등에서 이미 수없이 다뤄졌던 소재,우연한 기회에 다른 몸을 입은 사람이 현실에 적응 못해 좌충우돌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출소 직전 교도소에서 목숨을 잃은 영규(임하룡)가 마지막으로 아들 원탁(이민우) 곁에 있고 싶어 천사에게 조른 끝에 아들과 동갑인 열 여덟 고등학생 동훈(하동훈)으로 잠시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갑작스레 고등학생이 됐지만 실제로는 중년 남자인 동훈이 “CD를 구워오라”는 친구들 말에 CD를 오징어 굽듯 불에 구워가는 등 실수를 연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영화는 이렇게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꽤 웃음을 유발한다. 웃음 유발의 책임을 거의 100% 짊어진 하동훈이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덕이다. 극중 임하룡의 분신이라는 점이 문득 문득 믿어질 정도다. 특히 원탁의 어머니 역을 맡은 이보연과 연기하는 장면은 자칫 껄끄럽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적절한 균형을 이룬 하동훈의 연기와 연출 덕에 무난한 웃음을 준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은 많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임하룡이 기존 이미지에만 만족하는 조연으로 머문 것이 대표적이다. 또 역시 가수 출신 연기자인 신화의 이민우는 뮤직비디오를 찍는 듯 멋있는 모습으로만 일관해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부성애’ 코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도 한계다. ‘괴물’ ‘플라이대디’ ‘천리주단기’ 등 올 여름 영화에서 유난히 자주 등장한 부성애는 사실 관객에게 찡한 감상을 전달하기에 가장 손쉬운 소재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아들을 훈계하기보다는 쿨한 친구가 되려는 아버지’라는 설정에 치우친 나머지 절절한 감동을 끌어내지 못한다. 24일 개봉. 15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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