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 전면개방 비상 “서비스 차별로 돌파”
한·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중해운회담을 열고 컨테이너항로는 오는 2009년 전면개방하고, 카페리항로는 2012년 전면개방키로 했다. 인천~석도항을 운항하는 화동페리호의 화객물동량과 대중국 무역 비젼, 화동페리호의 개방대응책을 알아본다. 아울러 보따리상들과 해운선사의 끈끈한 우의도 살펴본다./편집자 주
◇인천~석도항 화객 수송현황
중국 산동성 영성시 석도항은 신라 장보고(?~846)가 서기 820년께 당나라에 거주하던 신라인과 고구려·백제 유민들을 규합하여 무역에 종사하며 적산포에 ‘법화원’을 건립, 유민들과 유학승들의 안식처를 제공한 곳이다.
석도항은 소규모 항구이지만, 위해와 청도 등 산동성 전역으로 이어지는 육상교통망이 잘 확충돼 여객·화물의 이용률이 매우 높다.
(사)황해객화선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 항로의 여객수송은 10만5천757명, 화물은 2만7천895 TEU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60.6%, 28.5% 급증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6월까지 여객 6만1천219명을 수송해 인천항 10개 국제항로 중 승객이용률 1위를, 화물은 1만5천992 TEU를 수송해 인천의 카페리 10개 항로중 5위를 기록했다.
여객의 국적은 26회를 운항한 지난 6월의 경우 한국인 5천466명(54.5%), 중국인 4천359명(42.1%), 대만인 511명(4.9%), 기타 7명으로 나타났다. 여객의 75%는 보따리상이며, 일반관광객이 25% 내외다.
화물의 주요 수입품목은 농수축산물, 수출품목은 기계·전자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항로개방에 대한 화동해운의 대응책
오는 2009년 컨테이너선이 전면개방될 경우, 단위당 화물운임이 비싼편인 10개항로의 한중화객선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문에 화동해운측은 “개방시 해운선사의 경제적 타격을 고려해 부분개방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위해나 천진, 대련 등에 비해 소규모 항구인 석도항에 2009년 개방과 동시에 컨테이너 선사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인천항에는 현재 비어있는 선석이 전혀 없고 인천송도신항이 조성된 이후에나 컨테이너 선석 이용이 고려될 수 있으며, 석도항도 현재는 비어 있는 3개선석이 있으나 2009년 까지 계속 비어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도 뒷받침 되고 있다.
특히 화동해운의 한국측 관계자는 “중국측의 선석확보에는 현재 취항 중인 화동해운이 이미 유리한 고지에 있다”며“화동해운의 컨테이너전용선 취항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는 주장도 덧붙이고 있다.
화동해운의 중국측 모기업인 ‘석도수산집단’의 중국내 영향력과 한국측 모기업인 ‘두우해운’의 재정력이 화동페리에 닥친 개방의 파고를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것. 화동해운의 중국측 실무책임자인 룡개(龍凱) 부총경리는 지난 18일 “2009년 항로전면 개방에 대한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며“개방의 수위는 한국이 키를 쥐고 있으니 합작사 생존을 고려해 결정돼야 하며, 비자 등 인적개방이 우선되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동페리호’의 운영방침
2002년 7월 취항한 인천~석도 항로의 유일한 화객선 화동페리호(華東明珠·HUADONG
FERRY·1만7천22t)는 한·중합작사인 화동해운유한공사 소유로 파나마 국적이다.
총길이 147m 폭 24m 규모로 여객정원 750명, 화물적재 203 TEU가 가능하지만 현재는 정원의 60% 내외만 승선해 화물과 객실 여유가 많다.
화동페리호는 주요고객인 보따리상들에 대해 친절한 안내와 긴급연락·샤워시설·식사·의료품, 화면 떨림이 전혀없는 고성능 위성TV 설치 등 성의있는 서비스로 응해 보따리상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또 석도에 소재한 신라 장보고대사의 유적지인 법화원(法華院) 수학여행단, 노약자, 가족·소그룹단위 여행객을 위한 디럭스실과 특실 및 휴식을 위한 선상카페를 마련, 일반관광객 유치에도 성공했다.
박영철(51) 선장은 “ ‘보따리상들은 우리 회사의 최고 고객’이라는 서비스 자세가 모든 승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신호기자 shkim@kgib.co.kr
■박종수 화동해운유한공사 인천항사무소장
개방 필수지만 단계적으로
-2009년 항로 전면개방에 대한 화동해운유한공사의 입장은.
▲수·출입 기업체의 무역발전과 물동량 확대를 위해서 항로개방은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져야할 과제였다. 개방이 결국은 양국 국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제 겨우 적자를 면한 마당에 전면개방은 출혈이 너무 심하다. 이에따라 단계적인 개방이 반드시 검토돼야 하며, 현재 항로운영 업체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
-교역과 관련해 한·중국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한국정부는 중국인들에 대한 비자요건을 더욱 완화시켜 주길 기대한다.
중국정부에 대해서는 ‘한국 법무부가 지난 4월 부터 불법체류자들에 대해 벌금없이 자진출국 시켜주고, 중국동포에 대해서는 1년 경과후 방문취업제로 취업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이들에게도 인민폐 2천원(한화 약25만원) 내외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줬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선상여행과 석도 관광의 장점은.
▲선박 관광객들은 건전하고 저렴한 여행을 즐긴다. 대부분 수학여행단이거나 가족단위나 소그룹 동호회원 등 여행객들이다. 1만7천t급의 대형선박이어서 배멀미도 거의 없다.
인천항 출항직후 선상의 서해일몰은 평생 기억될 것이다.
석도항에 내리면 장보고 유적지 외에도 암봉과 암릉으로 이뤄진 중국의 명산 철차산과 해수욕장, 서커스, 포도주박물관 등을 다양하게 관광할 수 있다.
■보따리상 이 모씨가 보는 개방
“무역개방땐 우리도 짐싸야죠”
갑판에서 만난 보따리상 이모씨(61)는 지난 2000년 위동페리에서 보따리상을 시작한 7년차 고참으로 화동페리는 3년전 부터 이용해 왔다.
그는 올해초 부터 한·중 항로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중국인 보따리상의 비율이 한국인에 비해 크게 높아진 점이라고 말했는데, 실제 이 배에도 중국인과 한국인 보따리상 비율이 170명 대 60명으로 중국인이 3배에 가까웠다.
이유는 보따리상의 수입이 이전 보다 줄어 월 수입이 한화로 70만~90만원인데, 중국인들에게는 큰 수입이 되지만, 한국인은 배를 타는 고생에 비해 수입이 적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통상적으로 보따리상은 크게 세가지 경우며 사업에 실패후 재기를 준비하는 사람, 60세가 넘어도 자식 의지않고 일하려는 퇴직자들, 셋째로 중국인들이라고 분류했다.
그는 2009년 항로개방과 관련해서는 “컨테이너전용선 등 항로개방에 대해 보따리상들은 큰 관심이 없으나, 농산물을 비롯한 한중무역이 완전개방 되면 보따리상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씨는 “이들 중국인 한국인 보따리상 모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간혹 불성실한 사람이 있으나 배를 2~3번도 못타고 포기한다”며 “국민과 언론에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아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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