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에는 꼭 귀신이 나와야 하나?”
공포영화는 다른 작품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장르지만 비슷비슷한 내용이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내 공포영화들만 봐도,과거의 참혹한 사건이 발단이 돼 귀신이 출몰하는 듯 긴장감이 돌지만 알고 보면 살아있는 사람에 의한 복수극이었다는 식의 진행이 천편일률적이다. 또 역시 귀신이 있긴 있었다는 힌트로 반전을 주는 마무리도 공통적. 이러다보니 아무리 특수효과와 음향으로 무장해도 관객들은 식상하게 마련이다.
그런 가운데 색다른 소재를 차용한 공포영화가 있어 반갑다. 3일 개봉되는 ‘스승의 은혜’(감독 임대웅,제작 오죤필름·화인웍스)는 일단 귀신이 일체 등장하지 않는 점부터 신선하다. 또 초등학교 교사의 비인간적 처사가 학생들의 일생에 얼마나 큰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공포의 소재로 삼은 점이 새롭다.
정년퇴직 후 병든 몸으로 시골에 머물고 있는 박여옥 선생(오미희)에게 16년 전 제자들이 찾아온다는 것. 박 선생에게서 받은 상처를 간직한 제자들은 겉으로는 반가움을 표하지만 문득문득 어두운 표정을 내비친다. 그리고 한명씩 박 선생으로 인한 상처를 드러내면서 모임은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이 내용이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은 가정형편과 외모를 무시하고 무리한 체벌을 가하며 은근히 성희롱을 일삼는 영화 속 교사의 행동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진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상처를 받아 잊지 못할 선생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8%가 ‘예’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반적으로는 아쉬움을 남긴다. 잔혹한 살해 장면,가해자가 뒤바뀌는 반전 등 공포영화들의 전형적인 장치에 욕심을 내려다보니 당초 전하려던 메시지가 중반 이후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 학대를 받는 장면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점도 답답함을 준다. 그 자체로 섬뜩하게 그려질 수 있었을 참신한 소재를 평범한 ‘슬래셔 무비’의 도입부로만 사용한 셈이다. 18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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