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백인 여성들이 웃고 있는 모습. 영화 ‘돈 많은 친구들’ 포스터는 자연히 미국 드라마 ‘섹스&시티’를 연상시킨다. 이 드라마의 감독 니콜 홀로프세너가 연출한 작품이기도. 그러나 그처럼 여자들의 끈끈한 우정을 그렸으리라 생각하면 오산. 오랜만에 만난 여자 동창들끼리 단체관람을 했다가는 뒤풀이가 썰렁해질 수 있는 영화다. ‘우정 이면에 돈이 있다’는 지적이 워낙 날카롭기 때문이다.
영화는 오랜 친구인 올리비아,제인,크리스틴,프래니가 함께 식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싱글인 올리비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남편과 함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셋은 각기 남편에게 친구들을 흉보기 시작한다. 이 대사를 통해 올리비아는 멀쩡한 교사직을 그만두고 가정부로 생계를 잇고 있으며 제인은 잘나가는 디자이너지만 매사 불평불만이 많고 남편은 동성애자로 의심된다는 것,크리스틴은 남편과의 불화가 심각하고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한 프래니는 씀씀이를 은근히 과시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얼마나 부풀려진 애긴지는 알 수 없지만.
예전에는 다 비슷했을 네 명이 지금은 각기 다른 처지에 놓인 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결혼과 취직 등 일상사를 겪다보면 틈이 생기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출산과 육아를 거치는 여자들 사이에서는 변수가 더 다양한 편이다. 돈을 빌리려다 싸우고,고민을 털어놓다가 자존심 상하며 그런 가운데서도 둘만 모이면 나머지 친구들을 흉보며 ‘그보다는 내가 낫지’라고 자위하는 상황들은 결국 ‘돈’의 차이가 만들어낸다는 것을 영화는 꼬집는다.
‘돈 많은 친구들’은 결말에 이르러 고민들이 자연히 해결되는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인물들은 문제가 뭔지 끝까지 모르거나 새로운 결정에 확신이 없고,현실을 벗으려 의심스러운 길로 뛰어든다. 그런 애매모호함이 영화의 단점이자 강점이다.
시트콤 ‘프랜즈’의 히로인 제니퍼 애니스톤(올리비아),‘파고’(1997)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먼드(제인),최근 ‘카포티’에 출연한 캐서린 키너(크리스틴),존 큐색의 누나이기도 한 조앤 쿠색(프래니) 등 쟁쟁한 여배우들의 연기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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