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이은과 이방자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일본 드라마 '무지개를 건너는 왕비'가 수원화성의 봉수당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21일 일본 언론들은 "고종 황제의 아들이자 순종의 이복동생인 영왕 이은과 일본 황족 나시모토 마사코(이방자)의 결혼을 소재로 1920년대의 국경을 넘은 부부애를 그린 드라마 '무지개를 건너는 왕비'를 후지TV가 올 가을부터 방영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닛칸스포츠 신문은 "촬영지인 수원화성의 봉수당은 1796년에 지어졌으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지로 지정돼 드라마 '대장금'의 로케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설명하며 "일본 드라마 촬영은 처음이며 한국 스태프 80명과 엑스트라 100명의 협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촬영은 오카다 준이치(이은 역)와 간노 미호(이방자 역)가 황제에게 결혼을 보고하는 장면으로 두 배우는 화려한 궁중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오카다 준이치는 "정말 어울린다. 이 의상을 입을 수 있는 것은 간노 미호뿐"이라며 칭찬했다. 왕비가 의식을 할 때 쓰는 '대수'라는 가발을 쓴 간노 미호는 "지금까지 써 본 가발 중 가장 무겁지만 한국분들의 이해와 협력이 없으면 써 볼 수 없는 것이기에 나에게는 큰 행운이자 경험"라고 기뻐했다.
일본의 스포츠호치 신문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한국의 배일감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수원화성에서 일본 드라마를 촬영하는 것을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한일합작 드라마 '소나기'를 담당했던 후지TV의 나카시마 히미코 프로듀서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분들이 안고 있는 일본에 대한 저항감과 역사의식의 차이를 근본적으로 알고 싶었다"고 설명하며 "한국의 문화재청에 2개월간 걸쳐 양해를 구해 촬영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12살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끌려와 격동의 시대에 비운의 인생을 마친 황태자 이은 역을 연기하는 일본의 인기그룹 'V6'의 멤버인 오카다 준이치는 "현대를 살고 있는 남자에게는 없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있는 남자를 연기하고 싶다. 황태자 이은이 봐도 화내지 않을 정도의 연기를 할 생각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방자 역의 간노 미호는 "촬영을 도와주시는 한국의 스태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깊은 사랑을 나누었던 두 분처럼 한국과 일본이 우호관계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한국의 배일감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일 역사가 담긴 드라마를 어떻게 그려질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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