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건 영화건 공감대를 끌어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민족주의 또는 가족애를 자극하는 것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두 감정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그뿐만이 아니다. 내 가족 내 민족이 아니어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인류애를 많은 이들이 잊고 있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아들과 화해하려 떠난 늙은 아버지의 여행’으로 요약되는 영화 ‘천리주단기’ 역시 부성애를 그린다. 그러나 영화의 감동은 거기서 오지 않는다. 아들의 병상과 천리가 훨씬 넘게 떨어진 남의 나라,낯선 땅에서 다른 이의 아들을 끌어안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마음 속에 보다 크고 숭고한 사랑이 있음을 일깨운다.
영화는 중국과 일본 두 거장의 조우만으로도 화제가 될만하다. ‘붉은 수수밭’ ‘영웅’ ‘연인’ 등의 장이모우 감독과 ‘철도원’으로 유명한 일본의 국민 배우 다카쿠라 켄이 만난 것. 평소 다카쿠라 켄과 일해보고 싶던 장이모우는 4년간 10여명의 작가를 동원해 그를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다카쿠라를 일본인으로 출연시키면서도 중국에서 촬영해야 한다는 조건에 대부분 작가들은 중·일의 역사를 담은 아이디어를 내놨지만 좀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원했던 장이모우는 결국 ‘천리주단기’를 택했다고.
영화는 다카타가 평소 소원하게 지내온 아들 켄이치의 간암 말기 소식을 듣는 데서 시작된다. 병원을 찾아가지만 아들의 거부로 만나지 못한 다카타는 며느리에게서 아들이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건네받는다. 이를 통해 경극 연구가인 아들이 올해 중국에서 배우 리자밍의 경극 ‘천리주단기’를 찍기로 약속한 것을 알게 된 다카타는 이를 대신하려 중국으로 떠난다.
예상할 수 있듯 그의 여정은 계속 꼬여간다. 리자밍은 교도소에 가있고 통역은 시원치 않으며 겨우 촬영허가를 받아 만난 리자밍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있어 공연을 거부한다. 산골까지 그의 아들을 데리러 간 다카타는 처음 의도와는 다른 방법으로 아들과의 화해를 이룬다. ‘천리주단기’는 ‘삼국지’ 중에서 조조에게 붙잡혔던 관우가 유비와의 의리를 지키려 천리를 달려갔다는 고사를 담은 경극이다. 전체가.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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