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에 '아줌마' 연기자들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20대 스타들을 앞세운 트렌디 드라마가 뒤처지고 있다.
SBS 새 수목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는 12일 첫 방송에서 심혜진의 호연에 힘입어 단숨에 15.2%(TNS미디어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두에 올라섰다.
초등학생 아들의 영어 학원을 옮기느라 분주하고 시어머니와 능글맞게 투닥거리는 심혜진의 연기는 영락없는 '아줌마'의 모습.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에 '세련'과는 거리가 먼 헤어스타일로 남편의 20대 애인(박진희)을 만나 '부부가 뭔지 아느냐'며 악다구니를 퍼붓는 심혜진의 모습은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돌아와요 순애씨'에는 조금 못미쳤지만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2의 '투명인간 최장수'도 채시라의 억척 아줌마 연기에 힘입어 지난 주 20대 스타들이 포진한 타사의 미니시리즈를 가볍게 제쳤다.
김재원ㆍ한지민 주연의 '위대한 유산'(KBS2)과 김희선ㆍ이동건 주연의 '스마일 어게인'(SBS)을 밀어냈던 성유리ㆍ공유의 '어느 멋진 날'(MBC)은 '돌아와요 순애씨'와 '투명인간 최장수'가 등장하면서 방송 3사 수목 드라마 중 맨 뒤로 처졌다.
'아줌마' 연기자의 힘은 주말에도 빛난다. SBS 금요 드라마 '나도야 간다'에서 미혼모로 씩씩하게 살아온 감자탕집 주인 박행숙을 연기하는 김미숙은 특유의 차분함 대신 일상적인 억척스러움을 내세워 얼마전 시청률 20%대를 돌파했고 최근 시청률 40% 고지를 넘기며 종영한 '하늘이시여'도 신인급의 젊은 배우들보다 한혜숙ㆍ박해미의 호연으로 주목받았다.
이처럼 30-40대 연기자들이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데는 안정적인 연기를 발판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0-20대들이 TV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문화 콘텐츠를 접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드라마 시청층의 주연령대가 30대 이상으로 옮겨가다보니 생활 연기를 내세우며 일상에 초점을 맞추는 '아줌마' 드라마가 현실의 많은 부분을 삭제하고 주인공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트렌디 드라마를 제치는 일이 빈번해지는 것.
게다가 최근 트렌디 드라마들이 재벌2세의 등장이나 '알고보니 남매' 식의 고전적 흥행 방식을 반복하면서 참신한 소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눈에 띄는 트렌디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려운 데다 김희선 카드를 전면에 내세웠던 '스마일 어게인'마저 10% 안팎의 저조한 시청률에 머물렀던 것도 시청자들이 더이상 고전적인 방식의 트렌디 드라마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김영섭 SBS 드라마국 책임PD는 "10~20대들이 TV 이외에도 놀거리가 많아지면서 드라마 시청층의 연령대가 높아졌고 30대 이상의 시청자들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드라마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 30-40대 연기자들이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해 이웃집 친구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점도 이같은 현상의 바탕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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