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P '유통채널'서 '제작채널'로 변신시도

온미디어와 CJ미디어, MBC플러스 등 케이블ㆍ위성TV의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들이 최근 자체 콘텐츠 제작을 늘리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주요 채널은 현재 프로그램을 구입해 방송하는 '유통채널'의 성격에 가깝지만 자체제작을 통해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이러한 시도는 영화나 드라마의 판권 가격 상승과 가입자 증가에 따른 유료방송의 광고시장 성장, '한류'로 인한 해외 수출 가능성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MPP 자체제작, 영화ㆍ드라마로 확대

MPP들은 지금까지 주로 음악채널이나 게임채널 등 자체 콘텐츠 제작이 불가피한 채널들에서만 자체제작했지만 최근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최대 MPP인 온미디어의 영화채널 OCN은 21일부터 TV영화 시리즈 '코마'를 선보인다. '코마'는 OCN이 '동상이몽'(2004년) 이후 두번째로 내놓은 자체제작 영화.

OCN은 미국의 영화채널 HBO가 'HBO Original'이란 타이틀로 TV영화를 제작하는 것을 본떠 '코마'에 처음으로 야심차게 'OCN Original'이란 타이틀을 붙였다.

온미디어 김의석 국장은 "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제작비에 많이 투자해 오리지널 작품을 많이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미디어는 영화채널인 수퍼액션을 통해 인터넷 연재만화를 원작으로 한 장편 드라마 '시리즈 다세포소녀'(공동제작 다세포클럽)를 8월부터 방영할 예정이며 10월부터 8부작 코믹 미니시리즈 '사파리'(제작 JN미디어홀딩스)를 방영할 계획이다.

온미디어의 애니메이션채널인 투니버스도 올해 초 초ㆍ중학생용 드라마 '에일리언 샘'을 제작, 방영해 케이블TV에서 높은 시청률을 거둔 바 있다.

온미디어의 채널 가운데 시청률 상위인 투니버스와 OCN, 수퍼액션 등이 대부분 국내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구입해 방송했지만 최근 조금씩 자체제작에 나서고 있는 것.

국내 2위 MPP인 CJ미디어 역시 최근 잇따라 자체제작물을 내놓고 있다. CJ미디어의 주력 채널인 채널CGV는 3월부터 토크쇼인 '정경순의 영화잡담'과 '레드카펫'을 잇따라 선보였다. 또 중앙대와 산학협력을 통해 제작하는 TV용 HD장편영화 4편을 제작중이며 10월부터 채널CGV를 통해 방영한다.

특히 CJ미디어는 하반기중 토털 버라이어티 채널인 'TVN' 개국을 통해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장르 프로그램 제작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놨다.

TVN은 송창의 전 MBC PD를 공동대표로 영입해 지상파방송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니시리즈에 도전한다. TVN이 내놓을 16부작 미니시리즈 '하이에나'는 지상파방송 드라마와 비슷한 규모의 제작비를 들여 '케이블용'이라는 선입견을 깰 예정이다.

지상파방송사 계열 MPP중 1위인 MBC플러스도 드라마채널을 통해 자체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가동한다.

MBC드라마넷이 올 한해동안 제작할 예정인 자체콘텐츠는 중국 '페가수스&타이허'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중 합작드라마 20편과 시트콤과 코믹드라마의 중간 성격인 '빌리진 날봐요' 26편 등이 대표적이다.

MBC드라마넷은 또 단막극 2편과 예능 프로그램 '최초의 도전' 등도 하반기에 제작할 계획이다.

◇자체제작 본격화 가능할까

이처럼 소수이긴 하지만 MPP를 중심으로 자체제작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TV 등 유료방송만을 겨냥한 제작물의 성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수익성을 중시하는 MPP들이 본격적으로 자체제작에 나설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 등의 PP는 등록제 시행으로 여러 채널이 생겨나면서 PP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유료방송의 광고시장이 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일부 특급 작품의 경우 판권 가격이 제작비 수준까지 올라간 상황이기 때문에 PP들이 직접 제작에 나설 환경은 조성됐다.

또 케이블TV 가입가구가 급증, 광고 수입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PP들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재원이 마련됐다.

방송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MPP의 광고매출은 온미디어 1천253억원, CJ미디어 643억원, SBS미디어넷 602억원, MBC플러스 589억원, KBS SKY 263억원 등 모두 3천352억원에 달했다.

아울러 케이블TV 외에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와 IPTV 등 뉴미디어 플랫폼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한류' 영향으로 해외 수출 여건도 좋아졌다는 점에서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도 굳이 첫 선을 보이는 플랫폼을 극장이나 지상파방송을 고집하는 대신 케이블TV와 손잡을 여건이 갖춰졌다.

MPP 관계자는 "MPP의 영화채널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해 보조 영화채널 라인업을 갖추면서 엄청난 경쟁을 벌여 최근 3년 사이에 영화 판권이 급상승했다"며 "공급자가 우위를 점하면서 일부 외국 배급사는 2류작 '끼워팔기'에 나서 국내 영화채널은 도박에 가까운 판권확보에 나선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현정 연구원은 "케이블 영화채널의 경우 채널간 상호 모방이 심해 차별화가 힘들어졌고 판권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제작비와 비슷해지고 있는 상황이 '방송영화' 제작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방송영화는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영상물이기 때문에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며 시청률에 대한 고려가 최우선시 되면서 장르나 내용면에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 역사가 가장 긴 미국에서는 1990년대 초 지상파방송의 시청률이 둔화되는 시기에 유통채널에 머물던 HBO 등 케이블채널이 오리지널 제작을 늘리기 시작했으며 이후 급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케이블TV는 출범 초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자체제작에 주력하다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매각하는 등 실패한 선례가 있으며 지상파 콘텐츠의 영향력이 아직도 절대적이기 때문에 PP들이 본격적으로 제작에 주력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OCN은 첫 TV영화 '동상이몽'을 성공적이라고 자평하지만 시청률은 2%에 못미쳐 지상파 드라마에 비해 턱없이 낮았고 광고판매로 제작비를 충당하지 못했다.

아울러 뉴미디어 가운데 케이블TV방송국(SO)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 플랫폼간 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PP의 다양한 플랫폼 진출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으며 '한류' 열기가 가라앉을 경우 프로그램의 해외 판매도 어려워질 수 있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SO들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디지털전환의 핵심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PP들의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케이블TV라고 해서 비용을 적게 들여 질이 떨어지는 콘텐츠를 제작해서는 성공사례가 나오기 힘들고 오히려 지상파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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