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보이지 않는 상대와 연기하는 두려움”…‘아파트’ 첫 선

‘가위’ ‘폰’ ‘분신사바’. 공포영화 전문 영화사 ‘토일렛픽쳐스’의 대표이자 줄곧 공포영화만을 만들어온 안병기 감독이 신작을 선보였다.

29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첫 선을 보인 ‘아파트’는 안 감독 작품인데다 스크린에 4년만에 돌아온 고소영이 여주인공으로 나섰고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은 강풀의 만화 ‘아파트’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처음 공개된 ‘아파트’는 정통 공포라기보다 ‘호러 스릴러’였다. 한 아파트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죽음의 정체에 대한 추적이 장애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박이), 소외,무관심 등 사회적 문제와 단단하게 맞물려 영화를 완성한다. 덕분에 내러티브는 탄탄해졌지만 관객의 이성을 환기시켜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공포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

이에 대해 안병기 감독은 “새로운 공포 스타일을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떤 공포 상황이든 한 번은 연출을 해본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미스터리와 스토리를 강화하게 됐고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드라마를 살리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 ‘아파트’의 이야기 구조는 원작 강풀의 ‘아파트’와 80%는 다르다는 감독 설명처럼 많이 다르다. 아파트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공포가 발생한다는 이야기의 기본틀과 중심 캐릭터 설정만 차용한 정도.

오랜만에 연기를 다시 시작한 고소영, 긴장하고 부담감이 크지 않았을까. “차가운 이미지의 외모 때문에 강하게들 보시지만, 사실 상처도 많이 받고 연악한 면도 많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카메라 앞엣 서니 어색하기도 했고 순발력이 떨어지고 둔해지지 않았을까 걱정도 했다. 감독님이 조깅신 등 몸을 풀 수 있는 것을 먼저 찍는 배려를 해주셔서 워밍업이 됐다. 또 밀폐된 세트에서 촬영하다 보니 집중이 쉬웠던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상대방이 있어서 대사를 푸는 게 아니고 보이지 상대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포영화는 감독의 영향이 큰 장르다. 현장에서 찍은 그림에 편집, 음악, 음향 등의 과정이 더해졌을 때 한 편의 마술처럼 재탄생된다. 현장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알기 어려운 상태라 세진의 감정이나 동선에 대해 감독님과 하나하나 상의하며 찍을 수밖에 없다. 어제 처음 완성된 걸 봤는데 내가 마음 속으로 그리던 것과 또다른 새로운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인상적이었다”며 완성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코믹한 표정이 먼저 떠오르는 강성진은 ‘아파트’에서 한 번도 웃지 않는다. 이에 대해 강성진은 “나름대로는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감독님께 모든 걸 맡겼다. 잘 됐는지는 관객들이 판단해 주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감독은 “처음에는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해 우려가 많았는데, 너무나 잘해줬다. 고소영씨도 알아서 제몫을 해줘 나는 카메라 등 연기 이외의 부분만 신경쓰면 됐다. 연기 쪽으로는 지금까지 작품 중 가장 편하게 작업했다”며 배우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안 감독은 영화가 촬영된 경기도의 한 아파트가 제기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공포영화가 촬영된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반갑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먼저 사과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했으며 약속했던 기간보다 먼저 철수한 점도 말씀드리고 싶다. 이후 촬영장소를 구하기 어려워 제작이 중단될 뻔 했으나 분당, 길음동 등의 주민들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깊은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행운아파트라는 가상의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허구의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현대인의 삶의 터전이자 휴식처인 아파트가 매일밤 9시56분 불이 꺼지는 순간 공포의 근원지로 변하는 이야기를 다룬 ‘아파트’는 오는 6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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