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수도론’의 이해

문 병 대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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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수도론’을 둘러싼 기류가 심상치 않다. 大수도론의 핵심 내용이 수도권에 대한 규제완화에 있어 그것이 결국 ‘지방 죽이기’로 연결된다며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강력 반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작 이치를 논하기에 앞서 이해 다툼의 양상으로 번지는 것같아 안타깝다. 조속히 정리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국론 분열과 지역간 갈등마저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제시한 大수도론은 이렇다.

2천4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은 단일 생활권이지만 서울·경기·인천이 교통, 환경, 보건 등에서 자주 마찰을 빚어 행정력의 낭비가 심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3개 지역을 묶어 통합된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지역발전의 시너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이미 유기적인 거대도시 체계를 이룬 베이징권·상하이권·도쿄권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효용성을 완전히 상실한 수도권 규제도 과감하게 풀어야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지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김 당선자의 생각이다.

비수도권의 반발에 대해 김 당선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대립의 개념이 아니다. 수도권은 대한민국 선진화의 성장 동력이자 세계화의 전진기지이며, 비수도권은 특화와 자립화에 따른 분업전략으로 함께 잘사는 상생의 개념”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지자체 수장으로서 김 당선자의 비장한 시대정신과 역사인식이 아니더라도 大수도론이 갖는 의미는 공감을 뛰어넘어 당위성을 갖기에 충분하다.

세계화·개방화 시대에 대도시가 국가 경쟁력을 대표하고 이끈다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고 정론이다. 파리 뉴욕·런던 같은 거대도시들은 이미 광역행정을 펴고 있으며, 이젠 국경을 넘어서 도시간 연대가 추구되고 있다. 도시의 광역화는 각각의 요소들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3차 산업으로 급변하는 사회구조에서는 도시규모와 공간의 전략적 이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大수도론은 도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간의 전략적 재창출인 것이다.

또한 선진화의 고비에서 허덕이고 있는 한국경제의 냉엄한 현실을 고려할 때도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수도권을 더욱 성장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21세기는 국가간, 지역간, 기업간 무한경쟁체제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리고 무한경쟁의 핵심은 바로 속도경쟁에 있다. 아무리 훌륭한 선택과 가치라도 속도경쟁에서 뒤쳐진다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낳는다. 글로벌경제의 주류산업으로 떠오른 IT, BT, NT 등의 산업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전국토가 고른 발전을 이루도록 하고, 수도권의 역량을 빼돌려 낙후된 지방경제를 살리자는 주장은 이상론(理想論)이다. 모든 지역의 균형발전을 통해 그것을 나라의 경쟁력으로 만들어 글로벌 경쟁시대에 뛰어들겠다는 발상은 공론(空論)이나 다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가 지구촌이 되어 촌각을 다투는 마당에 언제 전국토를 고르게 발전시켜 세계와 싸우겠다는 말인가. 지방은 지방대로 발전방안을 마련해 국가가 적극 지원, 키워나가고 국가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수도권은 수도권 나름의 경쟁력을 배가시켜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고 승산이 있다.

눈을 들어 우리 주변을 보자. 오랜 침체의 늪을 완전히 벗어난 일본은 탄탄한 선진경제구조를 바탕으로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그런가하면 세계경제의 블랙홀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은 이제 우리의 뒷덜미를 잡을 정도로 바짝 추격해왔다. 이제 한번 경쟁력을 잃게 되면 만회가 불가능하다.

大수도론의 개념과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대한민국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시켜 생각하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문 병 대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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