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가 일제히 기획한 고구려 사극이 자칫 중국과 외교문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MBC가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을 소재로 한 60부작 대하드라마 ‘주몽’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데 이어 SBS는 7월부터 고구려사를 다룬 100부작 대하드라마 ‘연개소문’을,KBS는 고구려의 후예가 세운 발해사를 소재로 한 100부작 ‘대조영’을 9월부터 방영할 예정이다. 광개토대왕을 소재로 한 ‘태왕사신기’도 ‘주몽’에 이어 MBC에서 연말쯤 전파를 탄다.
이처럼 방송사들이 고구려 사극을 잇달아 내놓는 이유는 고구려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시기였고 영웅이 많았기 때문. 유동근이 연기할 연개소문은 당 태종이 보낸 사신을 토굴에 감금시키고 안시성 전투에서 태종의 한쪽 눈까지 잃게 만드는 등 용맹한 영웅으로 평가된다. 송일국이 주연을 맡은 주몽 역시 활을 잘 쏘고 말을 잘 다루는 용장이며,최수종이 연기할 대조영은 고구려 장군 출신으로 멸망한 조국의 부활에 앞장서며 발해를 세워 당나라에 맞선 인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중국측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1일 폐막한 ‘상하이 국제방송영상견본시 2006’(STVF 2006)에 참가한 중국 측 방송 관계자들은 “방송 3사가 일제히 고구려사를 다룬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에 대한 한국정부 차원의 대응이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견본시에 참가했던 KBS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중국에서는 방송 3사가 고구려 발해 소재 사극을 거의 동시에 편성한 의도에 대해 적잖은 의심을 품고 있다”며 “과거 ‘대장금’ 사례에서 봤듯이 만약 이를 한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려 든다면 중국 정부 차원의 대응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가장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한류’의 일방통행에 따른 무역 불균형이며 일부 방송사의 신중하지 못한 판매·홍보전략도 문제가 되고 있다”며 “중국에서 고구려사를 다룬 드라마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등 신중치 못한 처신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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