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궁’ 한영숙씨 청아공원에 안치

‘엄상궁’ 한영숙(55)씨가 ‘쓸쓸하게’ 하늘로 돌아갔다.

18일 오전 7시30분 경기도 일산 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영결예배에는 유족과 여의도 순복음교회 성도들이 자리를 지켰다.

20분여간 진행된 예배가 끝나자 고인의 시신은 영구차로 운구되어졌고 벽제 화장터로 향했다. 노후를 보내고자 정성들여 가꿔온 ‘조치원으로 돌아가고 싶다던’ 고인은 한 줌의 재로 돌아간 채, 1973년 첫 발을 디뎠던 MBC에서 오후 1시 노제를 지낸 후 경기도 일산 청아공원에 안치된다.

한영숙씨의 마지막 길은 여러가지로 쓸쓸하고 아쉬웠다.

빈소나 영결식에 동료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것도 그렇고, 동료나 후배의 애도사 고별사를 통해 고인의 연기 인생을 되짚어보는 시간 없이 예배로 간소하게 치러진 영결식도 그랬다. 으레 세상을 떠난 연예인의 장례식이나 부모상을 당한 연예인의 빈소 등에 몰리던 취재진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인의 죽음에 의료진의 책임이 있다는 유족의 주장과 수술 및 치료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의료진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 가려지지 못한 채 장례가 치러진 것도 고인의 가는 걸음을 무겁게 할 듯하다.

성우로 입사했지만 고인은 1973년 MBC 드라마 ‘구서방 배서방’을 시작으로 ‘휘모리’(1994) ‘카루나’(1996) 등의 영화와 ‘대장금’ ‘그 여자’을 비롯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특히 사극 ‘여인천하’에서 원칙론적이고 엄격한 ‘엄상궁’ 역을 맡아 배우로서의 한영숙을 각인시켰으며 이후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 출연하며 인기를 구가해 왔다.

이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고인은 얼마나 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었을까. 고인이 주연급이 아니었기에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수많은 동료 선·후배들과 호흡을 맞춰 연기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애도 속에 떠나는 마지막 길이 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설사 함께 연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한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기까지 어려운 시절을 견디며 초석을 다져온 선배 연기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마지막 길을 함께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지난 4월19일 설사 증세를 보여 입원했던 고인은 같은달 25일 심장 근처 흉복부 대동맥 방류 수술을 받은 후 호전되는 듯하다가 작은 창자에 천공이 생겨 여러 차례 천공을 꿰매는 수술을 받다 지난 16일 복막염으로 인한 폐혈증 증세로 운명을 달리했다.

많은 작품들에서 제 몫을 단단히 해내며 강한 인상을 남겨온 고인은 2001년에는 ‘이름없는 초상화’라는 장편소설을 출간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영화화에 힘쓰고 있었다. 못다 펼친 재능과 못다 이룬 꿈들을 하늘나라에서 이루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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