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제작 발표회가 달라지고 있다.
불과 6개월전만해도 드라마 제작 발표회는 주로 방송국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담당 PD와 주연 배우들이 참석해 언론매체와 이야기를 나누는 소박한 자리였다. 전례가 없진 않지만 최근에는 거의 모든 드라마 제작 발표회가 경쟁이라도 하듯 고급 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다.
SBS는 ‘연애시대’(제작 옐로우 필름)에 이어 ‘스마일 어게인’(이김프로덕션)을 한남동 하얏트 호텔에서 가졌고 KBS ‘미스터 굿바이’(올리브나인)는 논현동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렸다. 태평로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MBC ‘불꽃놀이’(초록뱀미디어)는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가수들이 나와 주제곡까지 부르는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이미 촬영한 화면이 회의실의 작은 TV대신 넓고 쾌적한 호텔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됐다. 최소 500만원의 장소 대여비,여기에 행사후 식사라도 제공한다치면 식사비용이 700여만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경쟁이라도 하듯 호화 발표회를 여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 언급한 드라마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방송사 자체제작이 아닌 외주제작이라는 것이다. 현재 SBS의 경우 아침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전 드라마가 외주제작사에서 만들어진다. 타 방송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렇게 외주제작사들의 참여가 활발하다보니 제작 발표회 역시 이들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된다. MBC ‘궁’이나 SBS ‘연애시대’는 아예 홍보까지 홍보대행사에 맡길 정도로 공을 들였다.
제작사들은 대부분 상장회사이고 신생회사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겉포장이 중요하다. 한 외주제작사측은 “단순히 국내 방송사에서 전파를 탄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외판권이나 한류까지 고려한 ‘상품’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판을 크게 벌려야 해외수출에도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편당 제작비가 올랐고,영화에만 몰두하던 스타들이 드라마로 돌아오는 것도 영화같은 호화 제작 발표회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요즘 미니시리즈 한회당 제작비는 최소 5000만원에서 1억을 넘어선다. 주연 배우들의 개런티도 회당 2500만원의 기록을 깼다. 손예진 감우성(연애시대) 김희선(스마일 어게인) 안재욱(미스터 굿바이) 등 스타급 배우들은 제작사 입장에서 대우해줘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솔직히 고급호텔에서 한다고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 비용을 제작비에 쓰라고 권고해도 화려한 곳에서 떠들썩하게 했다는 욕심 때문에 대부분 호텔을 고집한다. 당분간 호화 발표회는 계속될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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