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짝패.가족의탄생

● 짝패

무엇이 두렵더냐…이것이 바로 생짜 액션!

깔끔하고 담백하다. 생생한 액션에 드라마 역시 군더더기가 없다.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주연배우로 이름을 올린 ‘짝패’(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는 작심하고 만든 액션 영화의 틀을 재미나게 형상화했다. 지난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소개하며 영화계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로 등장한 류승완 감독은 나이가 많지 않은데도 줄곧 액션 영화에 천착해 왔다. ‘다찌마와 리’나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등 모든 연출작들마다 액션키드였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감독, 제작, 배우, 각본 등 1인4역을 해낸 류 감독은 “최근의 영화가 어린 시절 보고 자란 액션 활극은 아닌 것 같았다.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 하지 못하면 영원히 하지 못할 것 같았다. 평생 후회하고 싶진 않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무술감독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주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는 정두홍 감독은 지금까지 자신이 구축한 영화 속 무술을 맘껏 담았다. 감독이자 두 주연배우의 액션은 물론 정 감독의 꿈이 실현된 서울액션스쿨 소속 연기자들이 펼치는 투박하면서도, 그렇기에 오히려 정감 있게 느껴지는 액션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아무래도 프로페셔널은 아닌 이들의 연기 틈새를 이범수가 확실히 메워줬다.

이범수는 우정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악덕 부동산 개발업자로 등장, 드라마를 진중하게 이끌어간다. 영화의 외형은 류승완과 정두홍, 내실은 이범수가 다져간 것. ‘혈의 누’에서 촘촘한 구성을 선보였던 이원재 작가는 이 영화의 목표를 잊지 않는 깔끔한 전개로 욕심 부리지 않고 간결하게 내용을 채워갔다.

20년 뒤 성공해 직접 담근 뱀술을 나눠 먹자던 친구 5명. 서울에서 조직폭력배 잡는 형사로 생활하는 태수(정두홍 분)는 어린 시절 패거리를 이끌었던 왕재(안길상 〃)가 숨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조폭 생활을 청산하고 호프집을 운영하던 그가 어설픈 양아치 칼에 맞았다는 게 믿기지 않은 태수와 석환(류승완 〃)은 범인을 쫓는다.

석환은 계속 고시에 낙방하는 바람에 집안마저 말아먹은 동환(정석용 〃)의 동생. 5인방에 늘 끼었다. 태수와 석환은 범인의 뒤를 쫓는 과정에서 고교생들로부터 집단 공격을 당하고 동환이 부동산 개발업자가 된 필호(이범수 〃)로 인해 마약 중독자가 됐다는 걸 알게 된다. 필호는 관광단지로 지정된 고향땅을 서울 부동산 개발업자(사실은 조직폭력배와 다름없다)와 손잡고 잔인한 방법으로 잠식해가고 있다. 어느새 짝패가 된 두 사람은 필호를 향해간다. 마치 비보이의 힙합 춤을 연상하게 하는 액션과 자전거를 이용한 고난도 액션, 무엇보다 연출이 아닌 진짜 치고 받는 합(合)이 느껴지는 격투신이 볼만하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운당정에서의 결투는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제작사측은 “‘킬 빌’ 역시 액션 영화에 대한 오마주였고 ‘짝패’ 역시 그러해 분위기가 비슷할 수 있으나 ‘킬 빌’을 의식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운당정이란 공간은 오리엔탈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단층으로 낮게 깔린 한국식 기와집에서 일본풍의 옷을 입은 종업원들과 사무라이 활극을 펼친다. 이범수와의 마지막 결투가 벌어지는 실내 공간은 중국 스타일이 묻어 난다. 생생한 액션 속에 개발이란 미명으로 스러져가는 고향의 의미와 함께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된 다섯 친구를 통해 쓰라린 현실을 반추하게 한다.

영화 내용은 절박하다. 그런데 웃음이 터진다. ‘짝패’의 주요한 웃음 코드는 충청도 사투리. 세상에 영화나 드라마 결투 신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쓴다는 걸 지금까지 상상이나 했나. 온양 출신 류승완, 부여 출신 정두홍, 청주 출신 이범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 사람은 모두 충청도 사투리로 말하는 게 편했다고 한다. 90분의 짧은 상영시간과 25억원의 적은 제작비까지 여러 면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한 영화다. 오는 25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 가족의탄생

복잡한 가족사 뭐가 어때? 상처와 사랑 보듬는 감동스토리

이처럼 황당한 가족이 또 있을까. 전혀 다른 핏줄이 모여 한 가족이 된다. 그 과정이 통쾌하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가족의 탄생’(감독 김태용·제작 블루스톰)은 아주 오래된 모계 중심사회였다면 가능한 일을 현대에 재구성된 영화다. 지금 보면 아주 기상천외한 일들이 폭탄처럼 펑펑 터지지만 사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안 될 것도 없는 가족의 탄생이다. 과연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웃통 벗고 한판 붙어 보자는 식이다. 한국사회를 비롯한 부성 중심사회가 수많은 세월을 거쳐 이뤄 놓은 순혈 가족주의를 통쾌하게 꼬집는 영화. “넉넉한 모성으로 사람을 받아들일 때 세상은 평안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영화에서 만큼은 여성이 세상의 중심이다. 독특한 주제와 생동감 있는 소재를 감칠 맛 나는 대사로 배우들이 맛깔나게 버무렸다.

5년만에 집에 돌아온다는 동생 형철(엄태웅 분)의 전화에 미라(문소리 〃)는 들뜬 마음으로 부산하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형철 뒤에 세상에, 동생보다 20년은 나이가 든 무신(고두심 〃)이 새치름한 표정으로 따라 들어온다. “자기야”나 “마누라야” 등을 닭살 돋게 외치는 두사람이 미라는 못마땅하지만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기막힌 일은 잇따라 벌어진다. 무신의 전 남편의 전 부인이 낳은 여자 아이 채현이 무신을 찾아 미라집에 들어 온다. 이 상황이 답답해진 백수건달 형철은 대책 없이 내빼고 만다. 일본인 관광 가이드 선경(공효진 〃). 엄마 매자(김혜옥 〃)때문에 남자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삐딱하다. 엄마는 자신에게 다가 오는 남자는 거절하지 못하는 정 많은 품성때문에 늘 선경의 마음을 괴롭힌다. 엄마 탓에 사랑을 믿지 못하는 선경은 오래된 남자 친구 준호(류승범 〃)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지 못해 결국 떠나 보내고 만다. 엄마가 낳은 번듯한 가정이 있는 유부남의 아들 경석(봉태규 〃)을 구박하며 엄마에게 모진 소리를 일삼는 선경은 외국으로 떠나기 직전 엄마를 하늘로 떠나 보낸다. 결국 경석때문에 주저 앉는 선경. 점점 그는 엄마를 닮아 간다.

경석과 여자친구인 채현(정유미 〃). 위태로운 관계가 된 두사람은 이별을 말하지만 헤어지지 못한다. 처음 기차에서 만났을 때처럼 채현이 오른 기차에 동승한 경석이 채현 집에 가게 된다. 채현은 이젠 주책 맞은 할머니가 된 무신과 푼수기가 여전한 미라를 채현은 모두 엄마라고 부른다.

이제 이들은 모두 한 가족이 될 것을 예고한다. 심지어 10년도 더 넘은 지난 시간이 지나 느닷없이 대문을 두드리는 형철과 그의 또 다른 여자마저도. 미라와 무신은 형철로 인해 자매같은 사이가 되고, 핏줄 하나 섞이지 않은 채연을 딸처럼 키운다. 아버지가 다른 선경과 경석은 누구보다 살가운 남매가 돼 있다.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를 만들었던 김태용 감독의 작품. 오는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연합뉴스

● 롤러코스터의 공포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졸업을 앞두고 놀이공원을 찾은 웬디는 친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뭔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다. 결국 롤러코스터를 탄 후 사고가 발생하고 웬디는 죽음의 운명을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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