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딸이라면”…성범죄에 대한 이중적 시각 짚어보는 드라마 ‘연어의 꿈’

“당신 딸의 일이어도 그렇게 말하겠습니까?”

얼마 전 정치권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도 그랬지만 성폭력 성희롱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매번 이어지는 것은 남녀간 시각 차이의 재확인이다. “그런 일이 뭐 그리 대수냐”라는 사람에게 피해자를 대변하는 쪽은 “당신 딸이라면”이라는 가정을 던지곤 한다. 공격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막연하게나마 비인격적 존재,잊혀지면 그만인 소모적 존재로 생각했을지 모르는 피해자 여성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여성으로 여기고 아픔을 나눠주길 기대하는 심정일 것이다.

이런 가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묘사해주는 드라마가 있다. 오는 26,27일 오후 9시55분 KBS2TV에서 2부작 특집극으로 방송되는 ‘연어의 꿈’(극본 박성진·연출 이강현).

제작진은 “남성으로 대표되는 사회의 이중적 잣대가 피해 여성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표현했다”면서 “성범죄의 원인을 단순히 남성의 본능에서 찾을 게 아니라 사회화 과정과 사회적 부조리 측면에서도 살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평범한 40대의 가장 구태준에게 초점을 맞춘다. 특이한 점이라면 대학 시절 사귀던 여자가 성폭행을 당한 후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진 경험이 있다는 정도. 태준은 이 일로 한 때 괴로워하지만 곧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조차 못하게 된다. 출세를 위해 도의나 우정마저 뒤로 하고 바람을 피우면서도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합리화에 죄책감을 갖지 못하는 중년 남성이다. 어느날 그는 연지가 젊은 시절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나지만 알아보지 못한다.

이후 순탄하던 일상이 점점 꼬여 회사 후배와의 외도가 밝혀지고 아내와 파탄지경에 이른데다 결정적으로 딸이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을 맞는다. 비로소 과거 연지와의 일을 되살려낸 그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영화 ‘음란서생’ ‘말아톤’ 등과 여러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린 안내상이 구태준으로,영화‘ 제니,주노’와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에서 깜찍한 연기를 선보였던 박민지가 그의 딸 구아라 역으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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