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연 김갑수 “연극은 내 보금자리…돈 벌고 성공하겠다는 생각 없어”

“극장을 가지고 있으면 지속적으로 연극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이제 하고싶은 연극을 대관 때문에 못하는 일은 없겠지요.”

중견배우 김갑수(49)가 이달 초 서울 대학로에 100석 규모의 소극장을 열었다. 자신이 이끄는 극단 이름을 딴 배우세상 소극장으로 객석 의자를 지인들로부터 기증받아 화제를 모았다. 의자에는 일련번호와 함께 영화배우 염정아 고수,드라마 PD 표민수,연출가 김철리,극작가 이강백,만화가 박재동,변호사 한승헌 등 기증자의 이름이 붙어 있다.

“절대로 강매하지 않았습니다(웃음). 어떤 분은 10석까지 기증하겠다고 했지만 1석으로 제한했어요. 기증자들에게 연극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는데,아무래도 극장에 이름이 남아서인지 직접 공연을 보러오거나 관객들에게 사은품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1977년 연극으로 출발해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전방위로 활동하는 그는 올해로 연기인생 30년째를 맞는다. 1998년 배우 조재현 최일화 등과 함께 극단을 창단한 그는 요즘 극장 개관 기념작인 ‘일주일’(작 고연옥·연출 박근형)까지 8번째 정기공연을 올려왔다.

“주변에서 사서 고생한다고 말하지만 제게 연극은 보금자리와 같아서 떠날 수가 없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출연 때문에 지금은 무대에 서지 못하지만 연극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앞으로 젊은 작가들의 창작극을 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극장을 개관했지만 막상 연극 무대에 서는 그를 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극장과 극단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TV 드라마나 영화에 좀더 열심히 출연해야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여석밖에 안되는 소극장이지만 젊은 배우 위주로 작품을 만들다 보니 관객이 많은 날에도 70여석을 채우기 힘들다.

“돈벌고 성공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제가 무대에 직접 설 기회가 멀어졌다는 게 아쉽고,가벼운 것만 좋아하는 요즘 관객들의 반응에 조금 속상하죠.” 젊은시절 선배들 어깨 너머로 연기를 배웠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본기를 탄탄히 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극단과 함께 연기교실을 열고 있다.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배우입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20대에 연기로 승부를 내지 않으면 오랫동안 연기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좋은 배우들이 연극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공연문의(02-743-2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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