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 살벌한 연인
‘섬뜩한 여친’ 예측불허 연애담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감독 손재곤 싸이더스 FNH·MBC 프로덕션 공동제작) 보도자료에는 ‘새로운 장르 로맨틱 스릴러의 탄생’이란 문구가 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스릴러의 요소를 접목했다는 것.
로맨틱 코미디 포스터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부엌칼을 손에 들거나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처럼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시체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큰 트렁크를 끌고 산길을 걷는 여주인공 최강희의 모습이 재미있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은 싸이더스FNH가 MBC프로덕션과 손잡고 추진중인 영화 두편중 첫번째 작품. 똑똑하고 젠틀한 남자 황대우(박용우 분). 하지만 그에겐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여자에 대해 체질적으로 거부감이 있어 제대로 된 연애를 한번도 못해봤다는 점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침대를 옮기다 허리를 다친 뒤 심한 외로움을 겪는다. 그러던중 아래층에 이사온 지적이고 독특한 분위기의 이미나(최강희 〃)를 알게 되면서 그와 연애를 시작한다. 연애가 처음이어서 키스를 어떻게 하는지조차 모르는 대우는 미나와 만나면서 연애의 즐거움에 푹 빠져 하루하루가 즐겁다.
그러나 미나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한 친구 백장미(조은지 〃)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미나가 자신과 만나온 남자들은 가볍게 제거하는 살인자라는 것. 영화는 연애 초보자 대우와 비밀을 간직한 미나가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에피소드에서 재미를 찾는다.
키스 과정에서 대우의 대사인 “혀 너무 좋아”라든지 미나가 살인자란 사실을 장미가 암시하는 대사인 “칼질도 해본 년이나 잘하지. 넌 참 비위도 좋다 미나야. 어제는 쑤시고 오늘은 썰고” 등의 대사는 영화에 감칠 맛을 더한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은 뭐니뭐니해도 출연 배우들의 매력에 기댄 영화다. 대학 강사 대우로 분한 박용우는 가늘고 소심한 목소리에 허리를 다친 어정쩡한 걸음걸이로 관객들을 맞는다. 지난해 영화 ‘혈의 누’에서 맡았던 냉철한 살인자 인권과는 전혀 다른 모습. 그의 연기는 180도 연기변신이란 말을 떠올리게 할 정도. 그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연기력을 보여 준다. 최강희는 특유의 귀여움으로 미나를 사랑스러운 살인자로 포장했다. 때로는 무표정하게, 때로는 눈물을 가득 담고 최강희의 표정 연기는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드라마에서 특유의 개성으로 코믹 연기를 보여줬던 조은지는 이번 작품에서도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달콤 살벌한 연인’은 올 봄 가장 기대되는 한국 영화중 하나다. 오는 6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 카리스마 탈출기
뻔한 소재 뻔한 웃음…뻔뻔한 영화?
코미디 영화가 한국영화의 대세다. 최근 개봉한 ‘투사부일체’나 ‘흡혈형사 나도열’, ‘구세주’, ‘방과 후 옥상’ 등 개봉되는 코미디 작품들마다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작품성과는 관계없이 흥행의 보증수표처럼 돼버린 코미디물은 제작자들에게 매력적인 장르. 이런 흐름에 편승, 새로운 코미디 영화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최근 드라마 ‘궁’으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윤은혜를 내세운 ‘카리스마 탈출기’(감독 권남기 제작 태창엔터테인먼트)가 그것. 여기에 드라마 ‘야인시대’로 스타 반열에 오른 안재모가 가세했다.
영화는 전설적인 쌈짱과 동명 이인인 고교생 정한수(안재모 분)를 중심으로 같은 이름 때문에 생기는 난처하고 코믹한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정한수는 전설적인 쌈짱 정한수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항상 쌈짱으로 오해받는다. 싸울 때마다 상대방에게 길이 7㎝ 상처를 남긴다고 해 ‘세븐 커터(Seven Cutter)’로 불리는 쌈짱 정한수는 인근 고교생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전설적인 쌈짱으로 오해받아 전학을 밥 먹듯이 다니는 순진한 학생 정한수는 “오늘도 무사히”를 외치지만 전학 온 성지고교에서도 그에게 들이 대는 인물들이 생긴다. 성지고 쌈짱인 백성기(이정 〃)와 강한 카리스마의 여자 반장 한민주(윤은혜 〃), 지난 80년대 강북을 주먹으로 평정했다는 학생주임 고민식 교사(정준하 〃) 등이 그들.정한수는 백성기에게 곱게 접은 만원까지 상납하며 오해를 풀려고 하지만 상황은 그를 쌈짱 정한수로 각인시켜 버리고 그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한민주에겐 “사랑한다”고 거짓 고백을 해 위기를 넘긴다.
‘카리스마 탈출기’는 쌈짱·결투·왕따 등 학원물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흥행요소들을 이것저것 섞어놓은 영화다. 그러나 이 요소들은 낱알처럼 뒹군다. “저 장면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란 생각을 자주 떠올릴 정도로 뻔한 학원 폭력물이어서 결말 또한 예측 가능한 수준. “너 죽어”라며 인상만을 찌푸리는 윤은혜의 연기는 TV에서보다 연기력 부족이 두드러져, 영화 출연이 윤은혜에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 크래쉬
이방인들 충돌과 화해 ‘인종차별’ 그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크래쉬’가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도 공개됐다. 시상식 당시 강력한 작품상 후보였던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을 제치고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줬을 때 의외란 반응이 나왔던 것도 사실. 그러나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낸 ‘크래쉬’는 충격 그 자체였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폴 해기스는 서로 다른 여덟 커플을 통해 인종과 계급에 대한 편견과 갈등 등을 유려하게 영화에 녹여냈다.
‘멜팅 팟(Melting Pot)’이란 미국을 배경으로 함께 섞여 살지만 좀처럼 융합할 수 없는 소립자 같은 다양한 인종들은 서로를 알지 못해 의심하고 할퀴고 충돌(Crash)한다.
영화는 서로에게 이방인(Stranger)으로 살아가는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한국인 등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극중 “LA에선 아무도 서로를 건드리지 않아. 모두 금속과 유리 안에 갇혀 있지”란 그레이엄의 대사는 미국 인종차별의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느낌이 그리워, 서로를 느끼려고 그렇게 서로 충돌하는 것”이란 그의 또 다른 대사는 인종문제 중심에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 등이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폴 해기스는 편견이란 장벽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막았을뿐이지 인종은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 빨간 모자의 진실
스타들의 낯익은 목소리 ‘재미 두배’
‘빨간 모자의 진실’은 추리형식의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를 토대로 다양한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한다는 점이 장점. 여기에 강혜정·김수미·임하룡·노홍철 등 스타들이 우리말 더빙에 참여, 이들의 개성 강한 목소리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영화는 동화 “빨간 모자’를 원작으로 삼았지만 구성방식은 판이하다. 동화는 빨간 모자가 어머니의 충고를 무시하고 할머니를 만나러 가다 늑대에게 잡혀 먹히지만 지나가던 사냥꾼의 도움을 받아 다시 살아난다는 내용. 그러나 영화는 등장인물 구성과 빨간 모자가 할머니를 찾아간다는 내용만 일부 차용했을뿐 기본 얼개를 새로 짰다. 영화는 산골 마을에 있는 요리책들이 연이어 도난당하면서 시작된다. 빨간 모자(강혜정 분)는 이곳에서 가장 훌륭한 요리 솜씨를 뽐내는 할머니(김수미 〃)의 요리 비법을 담은 책도 도난당할까봐 책을 들고 할머니 댁으로 향한다. 산길에서 늑대를 만나지만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빨간 모자는 할머니 집에 무사히 당도한다.
그러나 집에서 마주친 건 늑대와 도끼 들고 설치는 무식한 도끼맨. 이때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면서 경찰이 집으로 들이닥친다. 빨간 모자와 할머니, 늑대, 도끼맨 등은 엉겁결에 요리책을 훔친 용의자로 몰리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다. 수사를 맡은 최첨단 과학수사반장인 폴짝이(임하룡 〃)는 이들의 알리바이를 추궁하고 이들은 알리바이를 대기에 이른다. 영화의 재미는 스토리가 아니다. 동화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재무장한 등장인물들은 독특한 개성으로 관객들을 연방 즐겁게 한다. 빨간 모자는 당돌한 불량 소녀로 바뀌었고 할머니는 ‘트리플G’란 닉네임까지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다. 동화에서 항상 악역을 도맡아 하는 늑대와 벽에나 내동댕이 쳐지는 개구리는 ‘빨간 모자의 진실’에선 특종 전문 기자와 명석한 두뇌와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과학수사반장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할머니가 선보이는 ‘미션 임파서블2’나 ‘트리플 엑스’, ‘미녀 삼총사2’, ‘매트릭스’ 등을 패러디한 액션 장면은 가장 큰 볼거리. 어른들이 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 가족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오는 6일 개봉.
{img5,l,000}● 대만 뉴웨이브 거장 차이밍량 감독의 신랄한 비판
수분을 가득 머금은 시원한 수박, 한여름 무더위를 단번에 날리기에는 수박만한 게 없다. 그러나 수박으로도 해소하지 못하는 목마름이 있다. 인간 내면의 갈증, 현대인의 고독이다. 영화 ‘애정만세’나 ‘구멍’ 등으로 알려진 대만 뉴웨이브의 거장 차이밍량(蔡明亮) 감독의 ‘흔들리는 구름’은 이 시대 도시인의 갈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음모 노출이나 화장실 자위 등의 장면을 2분36초 삭제해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아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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