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몸담고 있는 동안 과분한 사랑을 시민들과 동료들에게 받은 것 같습니다. 받은 사랑만큼 후배를 위해 용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1년8개월이나 정년을 남겨두고 지난 28일 명예퇴직을 신청한 홍덕호 경제환경국장의 변이다.
아주 오랜만에 듣는 말이라 신선한 충격으로 들렸다면 허언일까. 공직세태도 많이 변했다. 후배들의 승진을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관행도 많이 퇴색됐다. 그만큼 공직사회도 상하를 배려하는 풍조가 사라져 삭막한 마음까지 들게 하는 게 현실이다. 인사 적체 해소와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는 공직자들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는 그를 바라보는 후배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는 말없이 웃음을 띠며 업무를 챙기며 직원들에게 충고도 서슴지 않은 존경받는 선배였다. 힘들어 할 때 격려하며 이끌어 주고 주어진 일은 밤늦게까지 솔선수범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 그였기에 보내는 후배들도 아쉬움과 서운한 마음이 교차되는 건 당연하다. 현재 김포시는 서기관 승진이 적체돼 사무관 고참들이 승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들의 정년은 얼마 남지 않았았는데 서기관 자리는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후배들의 의욕을 북돋아 주는 명퇴 신청은 평소의 행동을 실제로 보여준 아름다운 행동이다.
떠나야 할 때 떠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미련과 욕심으로 마음을 비울 수 없는 탓이다.
아무튼 아름다운 토양을 제공한 홍 국장의 마음이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이되길 바란다. 인사 요인만 생기면 삭막하고 유언비어가 넘쳐나 서로 상처를 주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후배들에게 공이 넘어갔다. 서로 배려하며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명감은 후배공무원들의 몫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승환기자 lsh@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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