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강요 ‘마구 헐뜯기’ 충격…방송사,‘스타만들기’ 극한 경쟁 부작용 속출

‘연예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예인 지망생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방송사들이 오디션 과정을 중계하는 프로그램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대중에게 노출되고 싶은 젊은이들의 심리를 반영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성형수술까지 시키며 스타 만들기에 나서는가 하면 개인의 인격을 무시한 진행으로 각종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외모 가꾸기에만 관심=케이블 D채널이 방송중인 ‘스타메이커’라는 프로그램은 모델이나 탤런트 등을 꿈꾸는 10∼20대를 선발해 ‘스타’에 걸맞게 다듬어준다는 취지를 내세운다. 성형 전문의,뷰티클리닉 대표,미용실 원장 등이 모여 1회 1명씩의 참가자를 변신시킨 뒤 오디션을 주선해주는 것. 지난해 말 방송된 1기 6명의 변신 내용은 해당 방송사 전체 프로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할 만큼 호응이 컸다.

문제는 고등학생이 포함된 참가자에게 연기와 춤 등 교육보다는 마사지와 성형수술까지 받게 하는 진행 방식. 한 참가자는 “턱 한 군 데만 고치고 싶었지만 제작진이 ‘너무 조금 하면 안된다’고 부추켜 이마,볼,코,턱 등 여러 부위를 수술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참가자는 “방송에는 제작진 주선의 영화 오디션에서 조연을 맡은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연락이 없었다”면서 “성형 과정 노출이 심해 오히려 이미지에 마이너스라는 평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1기 선발 당시 100대 1 수준이었던 경쟁률은 현재 방송중인 2기 모집 때는 500대 1로 껑충 뛰었고 한창 진행중인 3기 모집에는 지원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타 케이블 채널에서도 모델 교육을 시킨다는 명분으로 성형을 받게 하는 등 유사 프로가 생겨나고 있다.

◇극한 경쟁 부추기는 진행=지상파에서는 SBS가 지난 18일부터 방송중인 ‘슈퍼스타 서바이벌’,KBS가 다음달 9일부터 방송할 예정인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이 대표적이다. 성형수술은 하지 않지만 매회 1∼2명이 탈락되는 서바이벌 형식을 취하면서 청소년 및 젊은이들을 극한 경쟁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1명을 최종 선발해 가수로 데뷔시켜 준다는 ‘슈퍼스타…’의 경우 참가자 전원이 고등학생인데도 평가 단계마다 “○○는 팀에 도움이 안돼 짜증났다” “××는 나보다 못해 안심됐다”는 식으로 경쟁자를 적나라하게 평가하게 하고 있는 실정. 1회에서 같은 팀 전원에게 탈락 대상으로 지목된 참가자는 “주저앉고 싶었다,살아남더라도 왕따를 당할 것 같다”고 충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종 우승자에게 KBS 청춘드라마의 주연 자격을 주는 ‘서바이벌…’ 역시 각 테스트마다 참가자들의 심리상태,라이벌 관계,합숙 모습 등을 방송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 병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아직 자아상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 공개적으로 성형수술이나 극한 경쟁을 경험시키면 심각한 정서적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특히 청소년의 경우 정체성 혼란 및 우울증까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제작사 이관희 프로덕션의 김승수 대표는 “사생활 노출이 심한 프로는 예비 스타들을 오히려 소모시키는 셈”이라며 “부작용 때문에 결국 방송사에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까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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