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작인 MBC '옥탑방 고양이'에서는 건방진 대학생이었다. 영화 '어린 신부'에서도 느끼하고 거들먹거리는 모습이었고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서는 아예 건방진 이미지를 간판으로 삼아 깡패로 나왔다. 이제 스물여섯인데도 서른 즈음으로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까. 그러나 실제로 만나본 탤런트 김래원은 이런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는 오는 13일부터 방송되는 MBC 새 월화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주연을 맡은 김래원과 정려원,박시후,강정화와 연출을 맡은 표민수 PD등이 참석한 자리였다. 그러나 단상 위에 마련된 의자는 4개 뿐. 자리가 없는 박시후와 강정화는 머쓱해진 얼굴로 비켜나야 했다.
발표회가 시작되고 몇몇 질문이 오고 갔을 즈음 김래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직접 의자를 옮겨가며 박시후와 강정화를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몰지각한 자리배치 때문에 생긴 어색한 분위기는 조금 가라앉기 시작했다. 김래원은 이후에도 계속 동료들과의 호흡,팀 플레이를 강조했다.
"이기적으로 연기했었죠. 호흡이란 걸 안지 얼마 되지 않아요. 이제는 드라마의 기둥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실제로 녹화현장에서 단역배우들의 위치까지 신경을 쓰고 PD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잡아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동료 배우와의 관계에서도 매우 적극적이다. 이번 드라마에서 상대역을 맡은 정려원은 그에 대한 첫인상을 "너무 친절하게 대해서 가식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고 밝혔을 정도다. 첫 만남에서도 친한 친구인냥 살갑게 대하는 모습이 그렇게 비쳤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서 순수한 사람이란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래원은 이번 드라마에서 영화감독을 연기한다. 극중 촬영현장을 재연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나온다. "주제넘긴 하지만 사실 영화감독이 꿈이다"고 말하는 그는 "제 연기를 보면서 실제 저희 드라마 스태프들이 '저런 감독은 정말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했다"며 은근히 연기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가 드라마에서 보여줄 최승희는 슬픈 현실을 웃음으로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인물.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2년간을 괴로워하지만 또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된다. 슬프면서도 때로는 웃음을 주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촬영을 두 가지 다른 설정으로 한 뒤 편집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고.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의 로베르토 베니니 같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그의 연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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