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월급 저축해가며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울화통이 치솟아요!” “그만 맥이 빠져요” “그러려니 하다가도 막상 듣고보면 화딱지 나요!” 올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에 대한 서민층의 반응이 대충 이렇다.

연례적 재산 공개 대상의 고위 공무원 중 약 80%가 지난해에 비해 재산이 늘었다. 그것도 불과 한 해동안에 수천만원은 약과고 수억, 수십억원을 늘린 공직자들이 수두룩하다. 한 해에 단 돈 몇 백만원, 아니 저축은 고사하고 당장 코 앞의 집안 살림에 쫓기는 서민층은 신기루같은 공직자들의 재산 증식에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집값을 잡는다’고 했다. ‘땅 투기를 막겠다’고 한다. 이래서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이는 이 정권의 어느 연금공단 이사장은 집이 무려 13채나 된다. 8·31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던 청·정·당(靑·政·?)의 주역들 중 상당수는 임야 등 상당한 재산을, 이 정권이 사갈시(蛇蝎視)하는 강남에 갖고 있는 강남 부자들이다. 재산 증식의 큰 요인이 ‘부동산과의 전쟁’속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치솟은 시세 차익인 건 아이러니컬 하다. 이런 가운데 국회의원들은 21억짜리 아파트를 4억에 신고하는 등 부실신고가 적잖지만, 원래가 ‘부자동네’라 재산이 많다 치더라도 이 정권 핵심의 재산 증식은 불가사의하다.

예컨대 청와대 수석들 평균 재산이 8억원 대로 지난 한 해동안에 수천만원씩 늘렸다. 그런데 재산이 는 연유가 고약하다. “월급을 저축하고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고 전해진 게 맞다면 부도덕하다. 월급을 저축했다면 도대체 생활은 뭘로 했다는 말인가, 빠듯한 월급을 동전 단위까지 쪼개 쓰고도 적자가계를 면치 못하는 서민층은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괴담이다. 권력을 거머쥔 청와대 사람들이 주식을 지녔다는 것은 그 자체가 있어선 안 되는 불공정 행위다. 국무위원 중에도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9명이 급여 저축을 했다. 월급이나 적나, 이런 월급을 꼬박 꼬박 쌓아둘 지경이면 뭘 먹고 살았는 지 궁금하다. 노무현 대통령 일가도 7억3천485원이 늘었다. 청와대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게 되어 있으므로 월급 저축은 그런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 투자 수익은 처신이 옳지 않다.

국가 살림이 말이 아니다. 국가 채무가 279조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66만원 꼴이다. 서민 살림이 엉망이다. 국민의 금융 부채가 가구당 평균 3천300만원 대를 넘어섰다. 이런 형편에서 이 정권의 지도층은 흥청망청이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말한다. 양극화 심화를 자기네들이 만들어놓고, 마치 남의 탓인양 양극화 해소를 무슨 자랑삼 듯이 떠든다. 이도 처방이 틀렸다. 경제정책 실패, 반기업정서 조장, 실업자 양산이 양극화를 가져왔다. 그럼, 이를 거꾸로 푸는 것이 해소 방안인 데도 ‘청개구리형’ 오진(誤診)을 우긴다. 경제정책은 여전히 규제 일색이고, 기업 친화는 멀고, 실업자 흡수를 위한 일자리 창출보단, 세금을 더 많이 거두어 분배식 사회정책으로만 가려고 든다. 시중 경기가 독약 먹은 새처럼 늘어져 불황이 지속되어선 양극화 해소는 요원한다.

양극화의 상층구조는 해마다 불로소득으로 재산을 늘려가는 이 정권의 핵심층이다. 이들은 흔히 양극화 대립각으로 서민층과 부호층을 내세우지만 당치 않다. 서민층은 그보단 정권 핵심층을 더 대립각으로 본다. 기업 재벌은 그래도 땀흘려 그만한 노력을 해가며 돈을 번다. 그러나 권력 재벌은 땀 흘리지 않은 채 월급 없이도 잘 사는 선택된 귀족들이다.

이 정권은 ‘주인이 배부르니까, 머슴 배 곯은줄 모른다’는 속담을 연상케 한다. 자기네들이 잘 먹고 잘 사니까 민초들 속사정을 모른다. 말로는 안다고 하지만 건성이다. 발가락이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는 게 양말도 벗기지 않은 채 구두위를 긁기가 일쑤다. 나라 살림을 아낄 줄 모르고, 검소한 공·사 생활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오만이 심신에 배었기 때문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11년째 입고 있는 겨울 점퍼를 두고 중국 인민들은 “우리는 이런 총리가 있어 행복하다. 조국과 인민에게 희망이 있다”라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이 정권의 핵심 권력층은 조국과 국민에게 과연 희망을 주고 있는 지, 냉정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울화통이 치솟아요!” “그만 맥이 빠져요” “그러려니 하다가도 막상 듣고보면 화딱지 나요!” 이 정권 핵심층에 대한 국민사회의 드높은 분노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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