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나무’,일본팬 의식한 나머지 日순정만화 판박이 신세

“저거 ‘천국의 계단’ 아니야?”

오는 8일 시작될 SBS 드라마 스페셜 ‘천국의 나무’를 보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지 모른다. SBS ‘천국의 계단’(2003∼2004)에서 정서(최지우)와 태화(신현준)의 아역배우였던 박신혜와 이완이 주인공인데다 두 드라마의 배경 설정과 스토리 전개가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나무’는 연출자 이장수 PD가 일본에서 ‘…계단’ 히트 후 일본 팬의 요청으로 그곳에서 출간한 책 ‘천국의 계단 어나더 스토리’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극중 송주(권상우)에게 사랑하는 정서를 보내야 했던 태화를 주인공으로 세워 새로 쓴 러브 스토리다.

이런 배경에다 일본 올 로케이션,주요 배역에 일본 연기자를 캐스팅한 점 등으로 SBS와 제작사 로고스 필름측은 “일본 내 한류 붐을 이을 것”이라 자신했다. 일본 TV 환경에 맞게 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10부작으로 제작돼 전개가 빠른 것도 특징.

문제는 일본 팬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일본 순정만화처럼 돼버린 점이다. ‘…계단’에서 부모의 결혼으로 법적 남매가 된 정서와 태화의 사랑에 일본 팬이 더 열광한 것은 다분히 일본 순정만화식 정서가 반영됐기 때문. 일본 전통 여관 배경,일본식 교복,고분고분하고 귀여운 여주인공과 거친 외모에 반항적인 남주인공 등도 일본 만화의 전형이다.

무대가 한국이어도 상관없을 내용임에도 일본 올 로케이션을 하느라 일본과 한국인이 뒤섞인 복잡한 설정도 단점이다. 특히 하나(박신혜)는 일본어를 주로 쓰면서 한국어를 몇 마디 하고,윤서(이완)는 일본어를 못알아들으며,재일교포인 하나의 고모(김청)는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고,그 딸인 마야(아사미 레이나)는 한국어를 알아듣지만 일본어만 사용하는 등 언어 문제가 난맥상을 이룬다.

일본어를 못하는 윤서가 일반 고교에 들어가는 설정,왜 윤서 아버지(정동환)가 일본 여성과 결혼하게 됐는지 등도 별다른 설명 없이 ‘일본 배경이라 그렇게 됐으니 적당히 이해하라’는 식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10대 소녀 시청자와 일본 내 무비판적인 한류 소비층에게는 통할 수도 있을 드라마. 그러나 한류의 바람직한 미래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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