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기자의 영화 好好好] 단돈 30만원 무작정 상경 이준기의 ‘헝그리정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 9일 전북 부안의 영상테마파크.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왕의 남자'가 처음 촬영현장을 공개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준익 감독이 매만진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장대한 스케일은 현장을 찾은 기자들을 연신 압도했다. 곧이어 열린 기자간담회. 좌석을 마련하고 기자들과 마주앉은 제작진 6명 중 이 감독과 감우성 정진영 강성연 유해진까지는 모두 낯익은 얼굴이지만 이들 사이에 눈길을 사로 잡은 이는 단연 이준기였다.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화장까지 한 '아름다운 미모'의 이름모를 배우는 취재진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내친김에 직접 물어보았다. "혹시 여배우인가요?"

정작 마이크는 이 감독이 잡았다. "정말 그렇게 보여요? 그럼 영화 대박나겠네∼."'여장 남자 광대'를 오디션을 통해 직접 캐스팅한 이 감독은 크게 만족하는 분위기다. '호텔 비너스''발레교습소'에서 단역을 맡으며 연예계에 진출한 부산 출신 이준기가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왕의 남자'가 개봉되고 벌써 관객 800만명을 넘어섰다. 이준기는 "자고 일어나보니 유명해져 있었다"는 시인 바이런의 말처럼 하늘을 찌를듯한 인기를 요즘 실감한다. 영화와 SBS 드라마 '마이 걸'을 통해 그를 향한 미디어와 광고업계,대중의 관심은 끝간 데가 없을 정도다. 팬카페 '하늘아래 준기세상'의 회원 수는 30만 명을 돌파했고 '마이 걸'에서 착용하고 나온 십자가 귀고리도 불티나게 팔릴 정도다.

소속사 측은 건물이나 이준기의 단골 미용실에 수시로 여성팬들이 찾아오고 야외 촬영 현장에는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며 심지어 차량추격까지 벌여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딴따라는 안돼!"라며 연예활동을 반대하는 아버지 때문에 고교를 졸업한 후 단돈 30만원을 들고 무장정 상경했던 그. '헝그리 정신'으로 연예계 밑바닥을 전전하던 이준기는 어느 새 이 시대의 문화 아이콘으로 우뚝 커가고 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