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난자기증 문제로 아직도 시끄럽다. 문제의 발단은 섀튼 교수의 문제제기 선언에서 출발한 국내외 반응 그리고 지난 22일 밤 방송된 MBC의 ‘PD수첩’이 그 불길의 근원지다.
가수 강원래씨와 네티즌, 장애인 등 200여명은 오후 5시30분쯤 방송사 앞에 모여 방영내용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한 네티즌 등 200여명은 26일 저녁 ‘황 교수의 복귀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벌였다. 이런 사태에 대한 반응으로 난자기증지원재단에 따르면 황교수의 24일 기자 회견 이후 시민들의 난자제공 신청이 26일 7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등에 따르면 프로그램 전후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12개기업 중 11개 기업이 광고를 중단하거나 다른 시간대로 옮기기로 했다고 한다. 앞으로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IRB)는 난자 수급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고 정부도 오는 29일 국가생명윤리위원회를 열어 보완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방송보도에 대한 판단 기준은 ‘진실은 어떤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명제다.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진실의 가치를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보도한 사실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그렇다면 이번의 방송 보도가 진실이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여기서 한두 가지 질문을 해보자.
여성의 난자 ‘채취’(혈액 등 필요 성분만을 뽑아내는 것)에 대해 ‘적출’(장기 등 조직을 꺼내는 것)이라고 했고, 간단한 ‘시술’ 행위를 무거운 느낌의 ‘수술’이라고, 난자 채취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케이스를 골라 부각시켰다. 그 전날에도 극단적인 장면만을 거두절미하고 골라 영화 예고편처럼 안내 방송했다. ‘반황우석’ 게임을 한판 벌이려는 것처럼 보였다. 몇 년 전에도 어느 방송에선가 미국 교포에게 골수를 이식해준 젊은이를 찾아가 아프다느니 어떻다느니 마치 후유증이 있는 것처럼 보도한 일이 있지 않았던가.
진정으로 윤리 문제를 거론한다면 문화방송이 동시에 지켜야 했을 윤리가 있을 것이었다. 어떻게 황 교수가 기획하고 있는 기자 회견 이전에 방송을 하는 것이냐이다. 방송사 측은 그간 언론들이 황 교수의 업적을 너무 과대 전달해 왔다는 방증의 결과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런 일을 해온 당사자들이 자신들이라 생각한다면 좀 더 신중하게 보도했어야 했을 것이다.
기준이 없던 시기에 일어난 자발적 지원을 그 이전에 마련한 기준으로 재단할 수 있을까. 마치 전쟁 때 일어난 인권 침해를 지금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른 일은 국내 문제지만 이번 일은 국제문제며 인간 생명에 관계된 일이다. 이 전에 난자제공에 150만원의 보상을 하면 죄악이고 앞으로는 외국처럼 500만원을 주어도 탈이 없다는 것인가. 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일어난 일은 모두 불법이고 비윤리적인가? 언제나 새로운 이를 개척해 나가는 사람은 그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수많은 불법 낙태들이 이 시간에도 수없이 이루어지는데.
중국은 조류 인플루엔자며 송화강 오염을 너무 늦게 보도하고 숨겨 문제고, 일본은 국익에 관계된 일이라며 너무 보도하지 못해 문제고, 우리는 너무 부정확하게 서둘러 보도해 탈이다. 사실을 보도하는 건 필요하지만 그건 객관적으로 공정해야 한다. 언론보도가 지켜야 할 형평(fairness)이란 질과 양에서 공정해야 하는 것이다.
/김 광 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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