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일인 2007년 12월19일, 두 해 이틀을 앞 둔 대선 고지 탈환의 야권 후보군 진군이 시작됐다. 여권도 물론 수성의 물밑 경쟁은 가동된 상태다. 정동영 통일, 김근태 보건복지 등 두 장관은 이미 차기감으로 분류된 후보군이다. 여기에 변종의 돌출도 예상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여권의 차기 확정이 조기에 노출되는 것은 집권하고 있는 현 정권 시임의 속성이 원하지 않아 다소 늦어질 수가 있다. 여권의 복잡한 속사정이 또 있다.
여·야 간에 차기 후보 확정은 난항임이 틀림은 없지만, 그래도 여권보다는 야권이 훨씬 더 난해하다. 우선 야권 제1당인 한나라당의 형편이 복잡하다. 대선후보 경선 방식을 놓고 벌였던 한바탕 기싸움은 그같은 사례의 하나다. 당장 칼자루를 쥐고 있는 박근혜 대표, 청계천 끗발을 간판 삼는 이명박 서울시장, 쉼없는 소걸음으로 가고 있는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삼파전 양상은 판세의 뒤짚기가 있을 수 있어 예측을 불허한다. 문제는 당내에 그치지 않는 데 있다. 그 누가 한나라당의 차기 후보가 되든 범야권연합의 후보 단일화가 안 되면 고지 탈환의 승산이 어렵다.
당장 고건 전 총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여러갈래로 자생조직을 지닌 입장에서 요즘은 대변인을 구한다고 한다. 사실상 캠프 채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남은 것은 가능하다면 정당 선택의 저울질 일 것이다.
뜻이 없지 않기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중부권 신당의 이인제 의원도 저력의 기사회생 기회를 모색한다. 가능성이 희박하고 설 무대도 없긴 하지만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 또한 추종자들의 추대 형식으로 고개를 들지 모른다.
변수가 또 있다. 규모가 크든 작든 정치권 재편의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어렵다. 그 촉매로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계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정치권이 현 체제로 가든 재편이 있든 지 간에 범야권연합의 단일화가 이루어지 지 않으면 여권에게 패배한다는 사실이다. 다음 대선 판도 역시 새 진보세력 대 새 보수세력의 대결로 보면 진보층에서도 열린우리당 외의 정당 후보가 나올 것이다. 우선 민주노동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지 않을리가 없다. 군소 정당이 또 있다. 이로 인하여 진보층의 표가 분산되긴 한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의 잠식은 진보층보단 보수층의 당선 가능성 잠식이 더 치명적이다. 보수정당끼리의 후보 단일화가 안 되면 공멸의 백전백패가 뻔한 연유가 이에 있다.
생각같아서는 보수 대 진보 양쪽이 다 단일화 된 양대 대결로 가면 좋을 것이다. 보수·진보의 양대 정당 체제로 가는 것이 정치발전의 요체다. 그러나 국내 정치권 풍토는 이미 잘못 길 들여졌다. 역대 정권이 야권 분산을 노린 다당제를 부추긴데다가, 정치 지도자들 역시 ‘계구우후(鷄口牛後)의 객기를 선호한다. 쇠꼬리가 되기보다는 닭의 머리가 되는 것을 좋아하여 미니 정당일지라도 우두머리가 되려고 한다. 이러하여 양대 정당제가 못되고 하고많은 정당 투성이의 다당제 하에서 범야권 단일화가 과연 형성될 수 있을는 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이 보수층을 대표하는 제1당의 소임을 다 하기 위해서는 지금 같아선 안 된다. 정책정당의 면모를 갖추려면 상호 충돌되는 당론이나 정책을 제대로 정비하는 등 ‘꼴통보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신선한 개혁적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
궁금한 게 있다. 지금의 당내 후보군 중에서 누구든 당의 후보로 확정되면 당내 반대 세력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인 지 알 수 없다. 이를 추스를 줄 아는 포용력과 지도력이 있어야만이 범야 단일화를 모색할 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된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여권이든 야권이든 예상밖의 후보가 확정되어 예상밖의 당선자가 나오는 일이 또 있을지 모른다. 어떻든 다음엔 좋은 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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