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혼(晩婚)과 저출산이 유행처럼 돼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일찍 결혼하는 20대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 ‘결혼은 곧 인기 하락’의 법칙이 작용했던 연예계 쪽에서 이런 소식이 들리는 것은 사회파급 효과로서도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이제 젊은이들의 결혼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까지 거론될 만큼 초미의 관심 사항이 되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너무도 빨리 찾아온 고령화 사회에다 저출산의 기현상으로 인구가 급속히 감소함으로써 이대로 가다가는 아시아의 소국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혼은 자연스런 인간의 삶의 한 과정이다. 또한 어찌 보면 의무 사항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이미 가정과 후손에 대한 책임도 부여 받았다고 봐야 옳다. 나 혼자만 잘 살다 가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모르긴 하지만 신은 그런 목적으로 한 사람의 귀한 생명을 세상에 내보내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데는 시대적 배경이 한몫을 했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다 보니 결혼의 중요성이 희박해진 게 그 원인으로 꼽힌다.
출산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개인적 가치에 대한 추구도 빼놓을 수 없다고 봐진다. 그간 가부장적 제도 아래서 여성이 결혼으로 인해 받은 고통과 불이익은 한둘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 라는 소설이 나왔고, 영화화까지 됐겠는가. 이것은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결혼관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준 한 예라고 봐야 옳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작년 우리 나라의 초혼 연령은 남녀가 각각 30.6세와 27.5세였던 것으로 나왔다. 이는 불과 10년 사이에 2.3세가 상승한 수치이다. 이러다 보니 출산 연령도 자연 떨어지게 돼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만혼 부부들 가운데는 아기를 안 낳으려는 부부들이 늘어난다는 데 있다. 아기 한 명을 키우는데 드는 경제적 비용과 시간적 부담이 날로 높아지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출산에 따른 부담을 이제는 사회가 어느 정도 떠맡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특히 직장 여성이 출산할 경우 심적·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겠다. 출산 휴가는 물론 임금과 승진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줄 안다. 또한 복지후생 차원의 양육비 지급과 같은 지속적 지원도 강구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직장 여성에 대한 처우가 많이 개선되고 출산에 따른 불이익도 해소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이 이루어져서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만 지금의 저출산을 막을 수 있다. 또 차제에 ‘결혼은 구속’ 이라는 공식도 깨졌으면 한다. 그래야만 조기결혼이 이루어지고 젊은 엄마들에 의한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혼은 늙은 사회를 젊은 사회로 바꾸는 일대 개혁이다. 아울러 출산장려 역시 국가의 힘을 키우는 일대 산업이다. 이 사회적 운동에 연예계쪽 젊은이들이 과감히 뛰어들었다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지금부터는 이 새로운 유형의 바람이 우리 사회 곳곳에 휘몰아쳤으면 한다. 그래서 젊은 부부의 탄생이 늘어나고 신생아의 고고한 울음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는 기쁨에 찬 사회가 됐으면 한다.
/윤 수 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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