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健康)이냐, 국익(國益)이냐. 이 말은 환경보존과 경제성의 딜레마를 나타내는 표현과도 같다. 이러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환경론자들은 정서적으로나 현실적인 면에서 유리하나, 경제론자들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경제성을 따지기 위해선 당초 100% 완벽한 환경보전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비교우위론을 인정한다.
하지만 먹거리는 다르다. 우리의 글로벌 먹거리중 불고기와 비빔밥 등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히트작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의 유해성 김치파문은 무역보복을 하겠다는 중국의 으름장으로 인해 통상마찰까지 우려되고 있다. 게임법칙에 의한 샅바싸움이 언제까지 진행될지 가히 염려가 되는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 김치를 사먹던 주부들 일부는 직접 내손으로 김치를 담가 먹기 시작했고 농업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중국산 김치 구별법을 알려 달라는 소비자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무나 배추값이 만만찮고 막연히 알고 있는 상식만으로는 중국산과 국산김치 구분이 쉽지 않다.
이는 핵심은 식품의 대부분을 자급하지 못하고 외국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비교우위론의 논리에 말려 값싼 것만 찾다 보면, 우리 농산물 생산기반은 무너질 게 명확하다. 특히 농산물은 토지, 노동, 자본 등 생산의 3요소중 어느 한쪽만 결여돼도 생산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즉 생산기반의 붕괴는 물론 농업종사인구의 실직과 더불어 농자재는 고철더미가 될 것이다.
이럴 경우 농산물 수출국은 가격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수입국의 발을 동동 구르도록 만들 것이고 우리의 먹거리를 다시 찾는 순간, 이미 우리의 농업생산능력은 국민의 수요를 따를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져 있을 것이다.
이쯤해서 먹거리분야에 119 응급 벨을 눌러야 할 시점이다. 논어에 ‘근본이 바로 서야 길이 열린다(本立而道生)’는 말이 있다. 이는 농업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우리 먹거리 지키기 실천은 우리 가족의 건강과 생명은 물론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먹거리를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길은 무엇인가. 바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친환경이 아닐까 한다. 여기저기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친환경이 대세인 양 외치고 있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이제는 자연과 사람을 훼손한 반대급부에 해당되는 손실보험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마인드는 인류가 갖고 있는 공통분모이기에 여기서 출발하는 친환경 농산물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건강(健康)이냐, 국익(國益)이냐. 이는 농업발전측면에서 게임법칙 너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먹거리 환경의 조성은 일시적인 경제성보다는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김치가 세계무대에서 훌륭한 문화대사 역할을 담당하듯 친환경을 바탕으로 한 우리 먹거리 세계화에 탄력을 줘야 할 시점이다.
전 성 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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