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실학축전-인기 없음을 비판해야 하는가?

저는 이 나라에서 공부하는 학자중 한사람으로 어느 계기에 다산 선생의 훈육을 입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산, 초정, 연암 세분 선생이 모두 경기지역에서 태어나시거나 활동하셨으니 경기도에서 실학정신을 챙기고 계승시키고자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실학정신 계승을 위해 경기도가 주관해 오고 있는 실학축전이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매체로부터 연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축전의 현장을 가 언론의 보도내용과 비교해보니 비판의 초점이 된 것은 한마디로 ‘인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인기 없다는 것’의 의미를 그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식의 비판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축전을 축제로 오해하고 또한 축제는 떠들고 재미있는 이벤트가 많아야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축제의 이벤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즐거움을 주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며, 불행하게도 우리가 추구하는 즐거움이란 말초적인 즐거움과 많이 연결돼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실학축전도 축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그 축제에선 뭔가 말초적인 즐거움과 환호성을 내지를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것이 보이지 않음을 인기 없으므로 연결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두가지 제안을 해보고 싶습니다. 첫째는 경기도의 실학축전은 글자 그대로 축전(祝典)이지 축제(祝祭)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축전에서 축제의 환호성과 즐거움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국어사전에 의하면 축전은 ‘축하의 뜻으로 행하는 의식이나 행사’이고 축제는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잔치’입니다. 말하자면 8·15 기념 축전이라고 쓰지 8·15기념 축제라고 쓰지 않는 것과 같으며, 대학가에서 무슨 축제라고 쓰지 무슨 축전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비교하건대 축제가 갖는 성격이 대중음악이라면 축전은 클래식 음악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축전과 축제는 그 의미가 사뭇 다릅니다. 그렇기에 축전의 의미를 살리려면 축전을 축전답게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경기도가 하고자 하는 실학축전은 연암, 다산, 초정 선생님의 실학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우리의 經世致用을 되돌아 보자는 축전이지 축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언론들은 단지 관람객의 호응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인기 없는 축제로 실학축전을 몰아 붙이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의 환호성이 없는 축전으로서의 클래식에 인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일상의 자명한 이치라는 것은 다 아실 것입니다. 문제는 클래식을 클래식으로 이해할 줄 아는 문화와 축전을 보다 축전답게 꾸밀 줄 아는 기획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실학축전에 비춰 경기도에 하고 싶은 두번째 제안은 축전이 축제가 아니어서 인기 없음에 기 죽지 말고, 실학축전을 축전답게 더 클래식으로 기획해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축전을 아는 사람들의 인기를 모을 수 있는 행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한 기획력을 발휘해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연암-다산-초정선생님은 인기몰이 축제를 원치 않는 분들입니다.

보다 수준 높은 클래식으로서 축전을 기획하기 위해 ‘현대화된 실학정신’의 의미를 살릴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사례를 저는 공동체정신의 구현으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실학정신이 올바르게 살려면 비판 사회철학자 하버마스의 이론처럼 목적추구의 합리성 사회에서 소통사회의 합리성 추구로 승화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조선말기의 실학이 추구해야 할 바가 모화수구(慕華守舊)의 주자학에서 탈피하자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 실학의 차원을 넘고 또 넘되 합리화란 이름을 가진 악순환적 방향으로 실용화, 객관화, 단선화되면서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는 아예 사라지고 합리주의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지금에 실학정신이 다시 살려면 진정 우리 사회에 공동체적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목적추구와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만 합리가 아니라 진실로 일상의 실학이 곧 즐거움이 돼 소통의 사회가 되는 것도 충분한 합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게 이 시대의 진정한 경세치용(經世致用)이라고 봅니다. 정말 이 시대에 실학이 추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요. 인기 없음을 비판하는 여론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현대판 경세치용의 진실된 의미를 계속 살려 주시기 바랍니다.

/김 태 경 경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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