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때 ‘만화’하면 어린이들에게 유해한 매체, 실없는 사람들의 시간 때우기 용, 정도로 비하하면서 금기시 하였던 적이 있었다.
매년 어린이 날 즈음이면 학교 운동장에 소위 불량만화책이라는 이름으로 화형식을 하곤 하였지만 그 불량의 기준이 무엇인지, 내용의 본질적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철저히 무시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도 우연찮게 만화책이 손에 들어오면 몇 장 넘기는 사이 그 재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떠올리곤 하던 양면성의 슬픈 기억도 있다.
오늘날 만화는 굳이 스포츠 신문의 지면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우리 생활 속에서 거의 매일 만나는 매체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TV를 보면서 자라난 이미지 세대가 주류를 이루면서 그림과 글로 이야기하는 만화는 창작 단행본에서 이제는 교양 학습만화의 전성시대로 그 폭을 점점 더 넓혀 나가고 있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은 만화의 지면을 종이에서 화면으로 옮기면서 IT 강국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만화가 가진 강점 중의 하나는 범용성을 중요시 하는 시대에 다양한 방식으로의 채용이 가능한 원천소스로서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로 굳이 디즈니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만화 한편에서 파생된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캐릭터, 팬시 등으로의 확장 사례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기공룡 둘리’가 그러하고 드라마로 제작된 ‘다모’나 ‘풀하우스’ 그리고 영화로 제작된 ‘비천무’나 ‘올드보이’ ‘바람의 파이터’도 모두 만화가 원작이다.
시장규모 역시 이미 만화출판 시장만 7천598억원에 이르고 여기에 직접적 연관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 산업을 합치면 8조 8천947억원(문화산업백서 2003 문화관광부)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출판만화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다. 여전히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일본만화의 문제와 계속 줄어드는 독자 층, 무엇보다도 경영이 어려우면 제일 먼저 신문의 만화면을 줄이는 것처럼 사회적 관심의 홀대가 가슴 아프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만화계의 노력은 계속되어 오는 9월 30일부터 제7차 세계만화가대회가 우리 부천에서 열린다.
나흘간 복사골문화센터와 부천시청 일원에서 개최되는 이번 대회는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27개국 300여명의 작가들이 함께 모여 공동 관심사를 토론하고 참여 작가들의 원화 전시와 독자들과의 만남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게 된다.
이 대회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세계 각국 만화가들의 네트워크 중심축을 우리 한국에 만든다는 것이다. 대회 기간 중 ‘세계만화가대회 사무국’을 구성, 부천에 두기로 하였고 이미 이에 따른 사전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만화산업의 주도권을 우리가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부천은 세계 만화계에서도 확고부동한 중심이 될 것이다.
한국만화 발전을 위한 부천의 노력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가능할 때 문화콘텐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만화가 부천경제에 보답을 할 것이다.
이번 세계만화가대회를 온 시민의 성원과 참여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면 우리가 꿈꾸고 있는 세계 최고의 ‘만화이미지센터’의 실현도 눈앞으로 다가올 것이며, 윤택한 시민의 삶 또한 머지않은 일일 것이다.
/김 승 동 세계만화가대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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