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술 소비량이 세계 4위로 나왔다. 러시아, 라트비아, 루마니아에 이어 네 번째다. 가히 술의 왕국이란 호칭을 들을 만도 하다. 우리 국민의 술사랑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죽하면 ‘아침 해장술’이란 말까지 지어냈겠는가. 여기에만 그치지 않고 ‘술 잘 먹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고 음주를 권장한 게 우리 사회다.
그러나 이제는 술 관습도 바뀌어야 한다. 지나친 술은 몸을 해칠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하등 이로울 게 없다. 그리고 이것은 국민의 생산적 에너지와도 연관이 있다. 지난밤의 과음으로 인해 생산적·능률적인 아침이 되지 못하고 하루의 동력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한다면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해서 하는 말인데, 아침 해장술 대신 책읽기 운동을 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아침 책읽기 운동은 이미 각급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고, 그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아침 책읽기 운동에서 정한 시간은 10분이다. 이는 책을 싫어하는 사람도 읽어낼 수 있는 시간이다. 더욱이 이 10분이란 시간은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낼 수 있는 힘을 얻는 시간이 된다.
아침 책읽기 운동에는 4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모두가 한다. 둘째는 매일 한다. 셋째는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넷째는 단지 읽기만 한다. 이 운동을 일으킨 나라는 가까운 일본이다. 1998년에 두 명의 교사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1만여 학교로 확산되었다. 이에 우리 나라도 자극을 받아 아침독서추진본부가 생겼고 이 운동을 전국 학교로 펴나가고 있다.
이왕이면 이 운동을 학교뿐 아니라 일반 직장까지 확장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 시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정부 부처부터 시작해 보는 일은 얼마나 효과적이고 그 상징하는 바가 클까. 기업체 및 사회단체에서도 시도해볼 만하다. 정치하는 사람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책 한 권씩 들고 들어가 10분 동안 조용히 독서를 한 뒤에 차분한 마음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이나 마음의 양식을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의 감성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면서 함께 살아가는 일이다. 아침 독서는 하루의 삶을 책으로 연다는 의미도 갖는다. 책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신선할 수밖에 없다. 책이 길을 여는 데 잡다한 욕심의 부스러기들이 어떻게 감히 끼어 들겠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혼탁한 정치도 지금보다는 훨씬 깨끗해질 것이다. 얼음장같은 싸늘한 분위기도 훨씬 따뜻해질 것이고, 톱날 같은 격앙된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을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걸핏하면 삿대질에 욕지거리가 오가는 보기 민망한 단상도 저 들녘의 곡식처럼 겸손해질 수 있을 것이다.
유치원생에서부터 돋보기 쓴 어르신 학생에 이르기까지 아침 10분 책읽기 습관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맑은 물로 정신을 깨운 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손에 드는 그 광경은 또 하나의 장엄한 ‘팔만대장경’일 수 있다. 비록 10분이지만 일주일이면 70분이 되고, 한 달이면 5시간이 되고, 1년이면 60시간이 된다. 중요한 것은 매일 하는 것이다.
나날이 허물어지고 와해돼 가는 가정과 사회를 일으켜 세우는 데 독서를 동력의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 책으로 아침을 시작하자. 내가 먼저 깨끗하고 행복해야만 사회도 맑게 흘러갈 수 있다.
/윤수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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