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나누는 사람들/한국복지재단 경기지부

나누고 보듬는 ‘아름다운 동행’

“처음 만났을때 무척 서먹했어요. 지금이야 눈빛만 봐도 알죠”

광주 한사랑 마을을 방문한 김모양(17)은 도착하자마자 지난해 방문했을 때 만났던 생활자들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살폈다.

소녀가장인 김양이지만 지난해 한국복지재단 경기지부가 마련한 ‘청소년캠프’에 참가해 중증장애인들과 2박3일간 생활하면서 도와준 것보다 오히려 배운 것이 많아 올해 또다시 이곳을 찾았다. 지난 10일 캠프참가자 40명과 함께 이곳을 다시 찾은 김양은 “지난해 친하게 지내다 돌아 갈때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들었다”며“올해 또다시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소년소녀가장 40여명, 광주 한사랑 마을서 ‘장애인 돌보기’

모자가정캠프 등 소외계층 찾아 한솥밥 먹으며 ‘사랑나눔’

그러나 김양의 기대와 달리 지난해 만났던 생활자들이 정신 및 지체장애자여서 기억해 주지 못했다.

“처음엔 그냥 답답하기만 했어요. 제 생각엔 그냥 지난해 만난 친구들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달려갔지만 정작 생활자들은 절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너무 서운해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습니다”

이내 김양은 생활자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지난해 그랬던 것 처럼 하나 하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한국복지재단 경기지부는 소년·소녀가장과 중증장애인과의 만남은 그 자체가 또다른 의미가 있다는 취지에서 캠프를 마련하고 있다. 소외됐다는 생각을 가진 청소년들이 오히려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배려된 것.

이날 입소식을 마친 40여명의 소년소녀가장 청소년들은 각자 맡은 방에서 저녁 봉사와 함께 첫번째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처음 쑥스러운 모습에서 말문을 열지 못하던 청소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장애인들과 친해지면서 금새 형·아우가 돼 행복한 웃음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김양도 자신의 희망에 따라 봉사자 2명과 지난해 봉사활동을 펼친 야곱방에서 7명의 생활자들과 함께했다.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당일에 왔다가 돌아가는 것과 달리 이들은 2박3일간을 함께 하면서 생활자들에게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갔다.

11일 오후 김양이 반가운 표정으로 선생님들에게 달려왔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던 생활자들이 조금씩 자신을 알아보고 있다는 것. 신이난 김양은 자신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펼치던 동료 학생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았고 이방 저방 다니며 나름대로 고참(?)인 자신의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하면서 캠프에 참가한 소년·소녀가장들의 얼굴도 밝이지기 시작했다.

“모든 생활자들이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 나보다 언니도 있고, 동생도 있지만 아무것도 혼자 힘으로 할 수가 없어요. 밥을 먹일때는 생활자들의 얼굴 표정을 잘 지켜봐야 합니다”

또 김양은 자신의 18번 곡인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피아노를 쳐가며 몇번이고 불러줘 생활자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김양은 “힘든 생활 속에서 한사랑 마을의 생활자들을 통해 언제나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며 “지난해 방문때와는 다른 또다른 즐거움을 가지고 간다며 또다시 이곳을 방문해 생활자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캠프에 참가했던 소년·소녀가장들 대부분은 2박3일간 뇌성마비 및 지체장에 유아 73명등 205명이 생활하는 한사랑 마을에서 또다른 희망을 찾는 계기가 됐다.

한편 한국복지재단 경기지부는 소년·소녀가장들이 자신의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중증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캠프를 비롯해 모자가정캠프 등 소외된 계층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복지재단 관계자는 “소년소녀 가정이라해서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를게 없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학생들이 남에게 베푸는 마음과 기쁨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캠프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호기자 kangbh@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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