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아일랜드.천군.발리언트

○아일랜드

슬픈 ‘복제인간’ 대체 난 누구야

미래사회. 심각한 대기 오염으로 소수만 생존해있다. 이들이 모여 살고있는 첨단 시설의 건물. 통제가 지나쳐 보이지만 오염으로부터의 보호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사실 그다지 불만스럽지는 않다.

직접 세상으로 나가 공기를 마실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편해보인다.

잘 정돈된 옷들과 최신식의 놀이 시설, 첨단기술이 건강까지 관리해주고 식단도 여기에 맞춰 철저하게 조절되니 아쉬울 게 별로 없다.

게다가 이들은 바깥 세상에서 구원된 선택된 사람들, 이제 복권에만 당첨되면 꿈의 낙원 ‘아일랜드’로 가는 티켓을 얻을 수도 있으니 이곳에 모인 자들은 분명 행복한 사람들이다.

할리우드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흥행 불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재주꾼 마이클 베이 감독이 ‘아일랜드’로 돌아왔다.

영화는 과학적 허구이면서 동시에 인간복제라는 어두운 설정으로 출발한다. 에코 혹은 델타 등의 코드와 숫자의 조합으로 이뤄진 이름을 가진 이곳의 사람들은 사실 복제인간이다.

‘당신들은 선택된 사람이다’고 끊임없이 칭찬을 받지만 건물의 뒷쪽에서 이들을 부르는 명칭은 ‘복제인간’(Clone) 혹은 ‘상품’(Product)이다.

영화의 배경도 먼 미래가 아닌 2020년대의 가까운 훗날이다. 일부 부자들은 거액의 돈을 투자해 자신들의 복제품들을 만들었으며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친 이들은 아이를 낳는 데, 혹은 간 같은 장기의 이식에 사용된다.

결국 ‘아일랜드’행 당첨은 이들에게는 용도 폐기 혹은 사망이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자들 중 가장 먼저 ‘의심’이라는 것을 해 본 사람은 링컨6-에코(이완 맥그리거)다. 왜 항상 같은 색 옷을 주는지, 왜 먹고 싶은 베이컨을 못먹게 하는지, ‘생각’이 많은 그는 마침 매일 밤 같은 내용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그가 진실을 알게된 것은 친하게 지내던 조던2-델타(스칼렛 요한슨)의 아일랜드행이 결정된 날이다.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벌레의 발견이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한 결정적인 계기. 벌레의 이동경로를 쫓아가다 건물의 뒤편을 보게된 링컨은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결국 조던과 함께 ‘생명’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속도감있는 액션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가지고 있던 마이클 베이 감독은 처음 선보이는 자신의 SF영화를 통해 인간 복제를 화두로 꺼내든다.

영화가 보여주는 클론의 부정적인 면은 꽤나 강도가 센 편이다. 영화는 간을 빼내던 중 도망치려던 클론의 모습이나 대리 출산 직후 아이를 안아보기도 전에 어김없이 죽임을 당하는 산모의 얼굴에 클로즈업을 한다.

거대한 양수 주머니를 통해 잉태 혹은 생산되는 클론들, 후반부 클론과 본체는 서로 자신이 인간이라고 외친다.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슬픈 클론으로 출연한다.

21일 개봉.

○천군

남북한 군인들 이순신 영웅 만들기

오랜만에 단순 명쾌한 영화가 등장했다. 그렇다고 웃자고 덤빈 허랑방탕한 코미디는 아니다. 오히려 80년대 극장에서 틀어주던 ‘대한뉴스’처럼 교과서적인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할까.

2005년 남북한이 공동으로 개발한 핵탄두 비격진천뢰가 미국에 양도될 상황이 벌어지자 북한군 소좌 강만길(김승우 분)은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비격진천뢰를 빼돌려 압록강으로 도망친다.

이때 433년만에 지구를 지나는 혜성의 이상 작용으로 강만길 일행과 그를 쫓아가던 남한장교 박정우(황정민 분) 일행은 순식간에 강력한 빛에 흡수돼 사라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들이 떨어진 곳은 1577년 조선 변방. 오랑캐 여진족의 습격에 민중들이 피폐된 삶을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행은 도적질과 밀매를 일삼으며 제멋대로 살아가는 더벅머리 스물여덟살 청년 이순신(박중훈 분)과 맞닥뜨린다. 과거로 간 주인공들은 이순신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영웅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무과 시험에 떨어져 인생을 포기한 이순신에게 “넌 4년 후 무과에 붙을거고 훌륭한 영웅이 될거야”라고 잔소리를 겸한 은근한 ‘최면’을 걸어댄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 이들의 등장으로 역사는 왜곡되는 것일까. 영화는 이 부분을 지혜롭게 넘어섰다.

“난 왜 맨날 이러냐. 꼬이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라며 삶을 한탄하고, 미래에서 온 이들의 말에 콧방귀도 안뀌던 이순신은 천진난만한 꼬마가 오랑캐에게 무참하게 당하는 것을 목격한 후 스스로 대오각성, 180도 변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시대적 충돌’의 재미를 빼먹지 않았다. 400여년 전이니 이 시대의 물건은 뭐든 현대로 가져가기만 하면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는 문화재가 되는 것. 반대로 수류탄이니 총이니 첨단 무기도 조선시대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가 되는 것이다. 박정우가 재빨리 펜을 건네 이순신의 사인을 받는 재치도 귀엽다.

또한 이순신에 대한 남북한의 시각 차이도 적절히 이용했다. 박정우 일행이 이순신 ‘교화’에 올인하는 동안 강만길 일행은 어딘가에 떨어진 비격진천뢰를 찾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대비시켜 이순신 외에 시선을 돌릴 여유를 준다. 또한 시시각각 죄어오는 오랑캐의 공세 역시 한 축에 놓고 그들과의 대결에서는 꽤 생생한 액션 장면을 끌어냈다.

신인 민준기 감독은 1999년 “왜적대장 ‘평수가’는 무리를 이끌고 종묘로 들어갔는데 밤마다 신병(神兵)이 나타나 공격하는 바람에 적들은 놀라서 서로 칼로 치다가 시력을 잃은 자가 많았고 죽은 자도 많았다”는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권26에 실린한 줄 글귀에 착안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 정체에 대한 설명이 일절없는 ‘신병’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춰, 미래에서 온 주인공들이 이순신 시대 사람들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군대인 ‘천군’일 수도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자칫 허무맹랑하게 흐를 수 있던 영화는 욕심 부리지 않은 감독의 연출과 박중훈 김승우 황정민 등 주인공들의 고른 호연으로 오락 영화로서의 무게 중심을 잡는데 성공했다. 박중훈은 특유의 코믹함과 관록 사이에서 중간 지점을 잘 잡았고 김승우가 오랜만에 보여준 진중한 연기도 매력적이었다.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발리언트

‘꼬마 비둘기’ 모험의 날갯짓

여름 애니메이션 개봉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색다른 애니메이션 ‘발리언트’(Valiant)가 22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다른 애니메이션과 차별되는 것은 바로 영국 국적의 작품이라는 사실로 미국산 애니메이션과는 색다른 재미를 가지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비둘기와 독수리 혹은 쥐 같은 동물들. 일단 캐릭터의 외모가 보기 좋게 왜곡됐다기 보다는 사실적으로 묘사됐으며 벌레를 먹거나 전깃줄위에 앉는 행동 자체도 깔끔한 맛은 떨어지지만 날것의 재미를 선사한다.

영국 제작사 방가드 애니메이션, 얼링 스튜디오와 영국영화위원회가 제작했으며 스코틀랜드 출신 이완 맥그리거가 주인공 발리언트의 목소리를 맡았다.

때는 2차대전의 막바지.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영국군은 비둘기 특공대인 ‘메신저 부대’의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다.

이는 상대편인 독일군에 무시무시한 독수리 ‘팔콘’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고 긴다 한들 독수리 앞의 한낱 비둘기일 뿐. 영국의 한 시골마을에 살고있는 꼬마 비둘기 발리언트의 꿈은 바로 이 메신저부대에 들어가는 것이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있지만 문제는 다른 비둘기들에 비해 한참은 작아 보이는 키와 날개에 있다.

주변에서는 비웃음만 쏟아질 뿐, 어머니 역시 아직 ‘알’에 불과하다며 입대를 만류한다.

결국 용기를 내서 런던행 날갯짓을 시작하는 발리언트. 입대 후 최고의 대원이 되기위해 혹독한 훈련도 수행하고 미녀 간호병 빅토리아와 풋풋한 사랑도 키우던중 드디어 중대한 미션이 떨어진다. 상영시간 78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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