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그리 멀지 않았다.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 극장가에는 어김없이 애니메이션이 걸린다. 이번 여름에는 ‘메이드 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2편과 ‘메이드 인 코리아’ 애니메이션 2편이 나란히 관객을 찾아온다. 외국 애니메이션 2편은 제작면에서나 기술면에서나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동물과 로봇이라는 소재로 각각 개성있는 이야기를 풀어내 많은 관객들의 발길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애니메이션 2편은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전과 베스트셀러 등 친숙한 이야기를 능숙하게 전개하는 솜씨가 관람 포인트.
▲마다가스카=수박만큼 시원한 웃음을 원한다면 ‘마다가스카’가 어떨까. 뉴욕 센트럴파크동물원에서 호의호식하던 동물 4인방이 졸지에 야생 정글 마다가스카에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제작진의 면면과 주연배우로 동물들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웃음을 기대하게 한다.
목소리 연기도 벤 스틸러, 크리스 록, 데이비드 쉬머 등 개성이 뚜렷한 배우들이 맡았다. 이들이 모여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찍는다고 생각하면 그림이 그려질 듯.
아는 사람은 한번 더 웃을 수 있는 패러디 코드도 곳곳에 숨어있다. ‘슈렉2’ ‘캐스트 어웨이’ ‘아메리칸 뷰티’ ‘혹성탈출’ 등의 명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된다. 최근 애니메이션마다 등장하는 뮤지컬 분위기의 군무도 볼 수 있다. 14일 개봉.
▲로봇=상상을 뛰어넘는 기계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그린 애니메이션 ‘로봇’도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스 에이지’의 크리스 웨지 감독이 제작한 이 작품은 지금까지 많이 봐왔던 인공지능 최첨단 로봇이 아닌 우리 주변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어 인간적인 로봇의 세계를 그렸다.
발명가를 꿈꾸는 로봇 로드니는 꿈을 이루기 위해 대도시를 찾는다. 그곳에서 수다스러운 고물 로봇 팬더를 만나 모험을 겪는다. 이완 맥그리거와 로빈 윌리엄스, 할리 베리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영화 내내 끊임없이 움직이며 펼쳐내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이다. 놀라운 디자인으로 설계된 거대한 로봇 도시의 구석구석과 각종 로봇을 구경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29일 개봉.
▲왕후 심청=남북한이 손을 잡고 제작한 첫번째 작품인 ‘왕후 심청’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고전 ‘심청전’에서 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ACF)에서 장편부문 그랑프리를 거머쥐기도 했다.
심학구 대감의 외동딸 청이는 듬직한 삽살개 단추와 말썽꾸러기 거위 가희, 졸린 눈을 껌뻑이는 거북이 터벙이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간다.
내용은 ‘심청전’을 따라갔지만 인물은 현대적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이 작품은 현재 남북한 동시개봉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심슨가족’의 애니메이터 넬슨 신 감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남북한 동시개봉성사 여부는 7월중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8월 초 개봉.
▲그리스 로마 신화-올림포스 가디언=‘올림포스 가디언’은 1천만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원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쉽게 설명해줘 재미도 있고 교육효과도 얻는, ‘일거양득’의 효과로 어린이들에게 다가가는 작품.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바다의 정령 암피트리테의 아들인 트리톤. 장난꾸러기 트리톤은 훌륭한 신이 되기 위한 훈련에는 관심도 없다. 그러던 중 트리톤에게 올림포스를 지키라는 임무가 주어지고 놀라운 활약을 펼친다.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등 12신과 아기 해룡 시드와 수다쟁이 헤르마 등 귀여운 캐릭터도 등장한다. 28일 개봉.
-어썰트13
이들의 나른한 평화를 깨는 일이 발생한다. 근처를 지나던 범죄 호송 차량이 폭설로 목적지까지 가지 못한 채 이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 것. 죄수 중에는 경찰을 죽인 악명 높은 킬러 비숍(로렌스 피쉬번)도 끼어 있는데, 이들이 들어오면서 갑자기 일련의 무리들이 나타나 경찰서를 습격한다.
놀랍게도 그들은 경찰이다. 영화는 존 카펜터 감독의 1976년작 ‘분노의 13번가’를 리메이크했다. 전화, 전기마저 끊긴 고립무원의 경찰서가 공격받는다는 콘셉트에 매력을 느낀 장 프랑수아 리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어떻게 경찰서를 공격할 수 있나”라며 경악하는 심리학자의 대사 자체가 이 영화의 존재 이유인 것. 경찰서를 공격하는 것도 발칙한데 공격하는 자들이 경찰이다.
비숍과 손잡았다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부패한 경찰 조직이 비숍을 죽이기 위해 경찰서를 공격하는 것. 영화는 이러한 상황을 친절하게도 초반에 모두 알려주며 스릴러에는 관심 없음을 명확히 한다.
대신 아날로그 액션으로 승부했다. CG나 스턴트에 기대는 대신 몸으로 부딪히는 리얼 액션으로 특수효과에 익숙한 관객에게 신선한 맛을 주고자 했다.
영화의 또다른 재미는 경찰과의 대결을 위해 죄수들에게도 무기를 안겨준다는 것. 고립무원의 경찰서를 동트는 아침까지 사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다. 유치장에서 풀려나 무기를 손에 넣은 죄수들이 날고 뛰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일단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하지만 이들이 언제 변심할지는 모르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상황을 일찌감치 보여주고도 영화가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붙드는 것은 ‘배수의 진’을 친 상황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데서 나오는 얄팍한 신뢰가 나름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긴장감이 소재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7일 개봉, 18세 관람가.
-분홍신
분홍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소녀적인 감수성과 동화적 느낌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할머니가 좋아했을 법한 분홍 고무신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분홍신은 그러나 전형적인 현대적인 구두다. 5~7㎝가량의 뒷굽이 있는 보편적인 스타일의 여성 구두. 색깔만 다른 색이었다면 특색이 전혀없을 수도 있는 그런 모양인데, 정말 특이하게도 요즘은 쉽게 구경할 수 없는 분홍색의 표피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화 속 여자들은 모두 이 분홍신에 집착한다. 일단 한번 보기만 하면 독점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여 물불 안 가린다. 또 이 신을 신고 있으면 마냥 행복해지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 선재(김혜수)와 그의 딸 태수(박연아), 그리고 선재의 후배 미희(고수희)가 모두 그러하다. 여기에 다섯 명의 여자가 더 등장한다. 과거 속 세명의 여성과 두명의 여고생.
영화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힘을 줬다. 하나는 어두운 색감이고, 또 하나는 금속성 음향효과다. 분홍신을 강조하기 위해 나머지 부분은 모두 어둡게 처리했다. 대부분의 신이 밤 신이고 선재의 집도 어두컴컴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김혜수의 빨간 입술과 분홍신만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 두 붉은 색은 여성 욕망의 상징이다. 아름다워지고 싶고, 특별해지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 남편이 바람 핀 사실을 알게 된 선재로서는 반대급부로 더욱 화려한 것에 집착하게된다. 그녀가 안과 의사라는 사실 또한 종종 클로즈 업되는 눈과 함께 영화의 ‘차가운 시선’을 강조한다.
그러나 색감이 눈을 사로잡는다면 금속성의 날카로운 음향은 귀를 자극한다. 분홍신을 신고 또각또각 걷는 소리도 부분적으로 공포를 주지만 연신 이어지는 거울이 깨지는 듯한 ‘쇳소리’는 대단히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이런 쇳소리가 유치하면서도 고민 없는 선택 같기도 하지만 나름의 효과는 기본적으로 발휘한다.
버려진 분홍신을 신은 여자들이 이상 기운에 휩싸이고, 그 분홍신을 친구 혹은 엄마로부터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여자들은 목숨을 잃는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발목이 잘린 채로. 발목이 잘릴 때는 어김없이 쇳소리가 들려온다. ‘토막살인’의 끔찍한 효과.
분홍신을 탐낸 무용수가 결국은 멈추지 않는 분홍신 때문에 파멸하는 이야기. 그때의 원죄가 60여년이 흐른 현대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설정으로 관객의 시선을 따돌린 영화는 후반부 반전을 몰아친다. 15세 관람가, 30일 개봉.
-설경구가 차기작으로 멜로 영화 ‘사랑을 놓치다’에 출연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송윤아와 함께 멜로 연기를 펼치는데 대학시절부터 10년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온 두 남녀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11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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