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대사회와 커뮤니케이션

현대인들은 매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홍보하는, 이른바 커뮤니케이션이 패러다임이 되는 시대에 살고있다.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이란 최소한 두 사람 이상이 관계를 맺으면서 정보와 의미를 함께 나누는 과정으로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친교성과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보성을 추구한다.

현대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의 능력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말 잘하는 사람을 천시하고 터부시했던 유교적 영향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고대 그리스시절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 탄생할만큼 일찍이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느꼈던 서구와 달리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발표에 의하면 사람들이 직장에서 해고되는 대부분의 이유가 성실하지 못하거나 업무에 필요한 지식 혹은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조직사회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는 좋은 예다.

최근 대기업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직원 채용기준이 대폭 바뀌었다. 채용기준이 학위와 성적 순으로 뽑았던 과거와 달리 프리젠테이션을 대폭 늘렸는데 그 이유는 문제해결능력과 창의력을 보기 위해서라고 하니 유연한 사고와 표현 능력이 현대인에게 필수불가결한 덕목이 되어 가고 있다.

세계에서 이혼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부부의 이혼사유가 표면적으로는 경제적, 성격차이를 들고 있지만 기실 부부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만치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말을 수단으로 하는 스피치커뮤니케이션은 사회적 계층이나 신분, 사회적 자아, 인격, 교양 등을 드러내 주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를 보면 음성학자 하긴스가 상스럽고 거친 언어를 쓰는 꽃 파는 아가씨 일라이저를 3개월간 언어 훈련을 통해 상류층의 귀부인으로 훈련시키는데 성공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언어로 사회적 계층이 결정된다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불가능하게 보일 것 같은 상황에서 혹은 오해가 있는 상황에서 진심을 잘 전달했더니 의외로 쉽게 일이 풀리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셨을 것이다. 그만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도 하고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것을 쉽게 얻기도 하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을 잘 하는 것을 마치 청산유수와 같은 달변으로 여기거나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의사소통의 목적은 나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능수능란하게 말을 잘 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사회학자 알버트 메러비안에 따르면 메시지 전달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이 7%, 목소리와 비언어적인 태도-시선, 표정, 제스처, 자세 등-가 93%에 달한다고 한다. 즉 커뮤니케이션을 단지 말을 잘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메러비안의 조사에서 밝혔듯 비언어적인 태도의 중요성을 고려해 조화롭고 효과적으로 의사전달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시장에 자신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극대화해 가장 비싼 가격으로 파는, 이른바 인간이 상품이 되는 시대다. 자신을 가장 멋지게 포장하여 가장 비싸게 팔기위해서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막강한 파워를 가진다.

/이 국 진 신흥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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