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이미 태어난 아이라도 잘 키우자

우리나라는 과거 40년간 가족계획으로 출산력을 낮춤으로써 경제성장 촉진을 꾀하여 왔고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반대급부로 이제는 ‘인구감소, 고령화, 경제침체’라는 3중고 속에서 국가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02년 9월 출산율감소 지적이후 범 국가차원의 다양한 출산장려책이 마련되고 있으나, 이와 함께 이미 출생된 아이들을 잃지 않고 양육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미혼모 출생아, 10대 산모 아동, 유기아동 등의 경우 한해에 2천300명이 해외로, 1천500명이 국내로 입양되고 있다. 경제대국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해외입양 실적이 세계 4위를 달리고 있어 국내입양을 활성화하자는 자성이 일고 있으나, 아직 입양부모 자격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장애가 되고 있다. 입양을 통하여 공적지원만을 노리거나, 노동력 착취, 아동학대, 성폭력 등의 부작용을 막는 안전장치를 장착하고는 신속히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구의 수는 물론이지만 질적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부실한 양육은 국민의 질 저하를 초래하여 인구감소의 위기를 더욱 확대시킨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아동학대로 인한 것이다. 아이를 제대로 먹이거나, 입히거나, 가르치거나, 치료하거나, 정서적으로 도와주지 않고 학대할 경우 피해아동은 자기 밥벌이는 물론 남을 부양할 만한 인간으로 커나가지 못한다. 인간은 나이별로 형성이 되어야할 필수 기능(정서발달, 인간신뢰, 상호관계, 기초학습 등)을 정상 성장과정을 통하여 습득해야 한다. 사람도 컴퓨터와 비슷하다. 시기별로 필요한 기능이 제 때에 지원되지 않으면, 전혀 부팅이 되지 않거나 불량 작동을 하는 곤란한 컴퓨터가 되고 만다. 태어나서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할 아이가 수개월이나 수년을 맞다가 죽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아기는 눈만 마주쳐도 웃게 마련이다. 학대받는 아기는 시선을 회피하며 세상의 근심을 혼자 짊어진 듯한 표정을 짓는다.

잘 나가는 기업이 국가를 부흥케 하고 경쟁력을 높이며, 건강하고 유능하게 자란 사람이 국민을 먹여 살린다. 역으로 옆집 자식에게 문제가 있으면 곧 우리 동네에, 사회에, 국가에 부담이 되고 나의 책임 일부로 귀착된다. 내 몸으로 낳은 자식만이 잘 되어야만 한다는 고집은 매우 저차원적이며, 선진국민 소양과는 거리가 멀다. 불우한 이웃도 돌보고, 입양한 옆집을 격려하고, 잘 커가는 이웃집 아이를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한 민족 특유의 긍지를 다시 돌이킬 때가 아닌가 싶다.

/배 기 수 아주대병원 소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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