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효의 현대적 실천방안

주말 KBS 뉴스를 통해 충청도의 한 어르신이 어머니의 3년상을 마치고 탈상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그분의 지극한 사연이 소개되고 묘소 앞에 엎드려 진정으로 곡(哭)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그만 눈앞이 흐려지고 말았다.

오늘날에도 효 사상이 명실상부한 가치인가?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효의 내용은 무엇인가? 바로 대답하기가 어렵다. 근대사회로 전환하면서 변화된 환경은 효의 내용과 인식을 변화시켰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을 지극한 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도 자식도 함께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현대식 아파트나 주택 구조는 3대가 공간을 함께 영유하기가 힘든 일이 되었다.

그 어른의 경우와 같이 친상(親喪)을 당하여 무덤 앞에 움막을 짓고 시묘(侍墓)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주 특별한 효의 내용이다. 하지만 효나 예법에 관하여 조선시대에 관한 환상은 버릴 필요가 있다. 말이 3년이지 사실은 아버지의 상은 참최라 하여 햇수로는 3년째 만 2년, 어머니의 상은 재최라 하여 이듬해 1년만에 탈상을 한다. 그리고 이것은 장남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다. 어버이의 산소 앞에서 3년간 시묘살이를 했다는 것은 분명 조선시대에도 어려운 대효(大孝)지만 지금의 직장인에게는 생업을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제사를 하루가 시작되는 자시(子時)에 지내는 것은 효를 모든일에 우선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아침에 겨우 지각을 면할 수는 있지만 공부나 업무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중환이시면 옛날 어른들처럼 밤낮으로 병구완하는 것이 가능할까? 솔직하게 나는 자신이 없다. 다음 날의 걱정이 별로 없는 유복한 사대부(士大夫) 가문에서 하던 효의 내용을 바쁜 현대사회의 일반인들에게 강요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불효자로 만들뿐이다.

부모님의 병환을 위하여 살을 베어내고 손가락을 잘라 피를 낸다거나, 겨울철 산속에서 봄과일을 찾아내는 환상적이고 비과학적인 효를 강요하지 말고 ‘부모님에게 안부전화 자주하기’ 등 실질적인 효 생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것이 현대에서도 여전히 효 사상이 유효한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쉽게 실천할 수 있고, 밝고 아름다운 효행의 방법을 제시하여야 한다. 우선 경기도의 각 기관과 단체에서 매년 시상하는 효행상이 ‘병구완 몇 년’이 추천과 심사의 기준이 되는 어두운 옷을 벗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윤 여 빈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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