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라는 미소년을 사랑하고 있었다. 이를 질투한 아프로디테의 남편인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멧돼지로 변하여 사냥하던 아도니스를 물어 죽였다. 이때 죽은 아도니스의 피에서 돋아난 꽃이 아네모네이고,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를 도우려다 입은 상처에서 흘린 피가 흰 꽃을 붉게 물들였는데 이 꽃이 장미이다.
아프로디테의 신화가 암시하듯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장미는 야생종이 개량된 것이다. 야생 장미는 원산지가 아시아로 아주 오래전에 유럽으로 건너가서 장미 육종에 이용되었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에서 자생하고 있는 찔레도 포함된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라고 우리의 가슴을 적시는 유행가가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찔레꽃은 붉게 피지 않고, 하얀 꽃을 피울 뿐이다.
요즈음 우리 가슴속의 아련한 찔레가 아프로디테의 피를 수혈 받고 화려한 장미로 변신하여 우리나라에 돌아와 한창 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장미이고, 가장 재배규모가 큰 화훼작물이 장미이며, 일본에 연간 1천만달러 어치 이상을 수출하는 꽃이 장미이다. 하지만 외국 종묘회사의 로열티 청구액이 가장 많아 재배가와 국내 육종가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꽃이 장미이기도 하다.
다행히 찔레의 본 고장이라는 것에 부끄럽지 않게 우리나라의 장미 육종도 이제는 본 궤도에 올라 우수한 품종이 많이 육종되고 있으며, 남쪽나라 고향 추억을 채워주고 있다. 이 새로운 품종들 중에는 일본에 수출되어 호평 받고 있는 품종도 있다고 하니, 찔레의 화려한 재 외출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찔레의 자생지에서 새롭게 태어난 장미품종이 농민들의 꿈과 함께 세계로 뻗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5월은 장미의 달이다. 가장 싱그러운 달인 5월을 꽃의 여왕 장미가 차지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 5월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장미꽃을 선물해 보자. 장미 꽃 향기는 천식을 예방하고, 여성호르몬을 자극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물하는 붉은 장미 한 다발에는 열정, 기쁨, 아름다움, 절정, 욕망 등의 꽃말과 함께 내밀한 호르몬 자극 물질도 같이 건너간다. 호르몬 자극으로 여성을 더욱 기쁘게 하고 프로포즈시 성공확률을 높인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강 상 헌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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