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심적인 일본인을 바라보며

일본의 독도분란과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인한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가나가와현 마쓰자와 시게후미(松澤成文) 지사가 자매결연 15주년을 계기로 양 도·현간의 우호협력차 지난 4월22일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마쓰자와 지사는 일제항거의 본산지인 화성시의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을 방문, 일제만행으로 숨진 23인의 묘역에 헌화 분향한 것에 대해 순국기념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나의 마음을 숙연케 했다.

제암리 사건이 발생한지도 금년으로 86주년이 되었다. 해마다 약 12만여 명이 찾아와 참배하고 간다. 이중엔 일본인들도 적지않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과거를 속죄하려고 찾아오는 일본인들을 자주 보게 된다. 늦게나마 과거사를 반성코자 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2001년 도쿄대 졸업식석상에서 당시 하스미 도쿄대 총장이 한 말이 기억에 새롭다. “오늘은 도쿄대학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대학 총장을 모시고 거행되고 있다. 20세기 일본에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와 인권을 36년에 걸쳐 유린한 것만은 어떤 견지에서 봐도 도저히 정당화하기는 어려운 과거라고 본다. 그래서 일본의 과거와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과 역사와의 충실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필수적 행동이라고 확신하는 바다. 잘못에 대해 반성만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또한 역사를 무시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로 풍요한 미래를 공유해야 하는 귀중한 이웃나라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 대해 역사적인 기억을 왜곡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과거를 정당화하는 것은 작은 자기만족을 가져다 줄 지는 몰라도 결코 미래에 대한 용기를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오 상 철 경기도문화유산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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