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교산, 이대로 좋은가

수원 북쪽에 우뚝 서서 찬바람을 막아주고 시가지를 감싸 안고 있는 광교산(582m)은 수원시민에게 청량한 공기와 깨끗한 물을 제공해 주는 수원의 명산이다.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평일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으나 주말이나 휴일에는 수도권 등 인근지역에서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능선에는 소나무 등 침엽수가 울창하여 여름에는 햇빛을 보지 않고 산행할 수 있고 계곡에는 여러 종류의 활엽수가 많이 자생하고 있는 것이 이 산의 특색이다.

수원시에서는 광교산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저류지와 사방댐 주변에 공원을 만들고 능선길에는 ‘소월의 시’ 등 명시를 곳곳에 게시하였고 여러 가지 야생초·화류도 등산로변에 식재하여 시민들이 자연 속에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등산로 중간에는 휴식처를 만들어 간단한 체력 단련기구를 설치해 놓고 휴식하면서 체력을 보강하도록 하고 맨발의 지압노면도 조성하여 등산객들이 이용토록 하였으며 급경사 노면에 대한 계단과 로프 등 안전시설도 설치하였다. 그러나 광교산의 그 넓고 많은 등산로에 산행하다 보면 이와 같은 편의 시설은 시민들이 실제 느끼기에는 미미하리라 생각된다.

장안구에서는 지난 4월 21일까지 3회에 걸쳐 광교산의 주요 등산로에 대한 현장투어를 실시하였다. 구청장을 비롯하여 시의회의원, 지역등산회장, 공무원 등 150여 명이 참여하여 광교산의 등산로 현장을 세밀히 점검하였다.

광교산을 찾는 등산객은 어림잡아 평일에는 3천명,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3만명이나 된다. 그 많은 산행인파에 의해 주요 등산로의 수목과 시설물이 크게 훼손되고 있었다. 산행을 즐기는 시민들의 자연보호의식은 전보다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산은 이미 등산객 수용 능력의 한계를 초과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불과 2년 전에 산행했을 때와 비교해 보아도 산 능선의 주 등산로는 노폭이 크게 확대되어 차량이 통행 할 수 있을 정도이고, 계곡마다 샛길이 군데군데 발생하여 숲속이 차츰 나대지화 되고 있었다. 토사방지를 위한 시설물과 계단, 안전 로프 등의 시설물을 수시로 교체, 보수하고 있으나 수요에 미치지 못하였다. 수목의 뿌리는 여기저기 앙상하게 튀어나오고 노변 수목의 가지도 보기 흉하게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 이러다가는 몇 년 내에 숲속의 그늘을 즐기며 산행하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장투어 후에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 광교산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여러 가지 의견과 좋은 개선 방안이 많이 제시되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은 등산로 노폭의 확대방지와 샛길발생예방, 입장료 징수 문제, 자연보호를 위한 시설물 설치 등이 크게 대두되었다.

이제 더 이상 등산로 폭의 확대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등산객의 산행 유도선 설치와 산림보호를 위한 자연친화적 안전시설물 설치, 휴식년제의 확대 실시 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광교산을 자연 그대로의 현상유지를 위해서는 친환경적 시설 개선 사업이 요구되며, 이에 따른 많은 사업비의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수원시에서 소요재원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경기도 차원의 사업비 지원도 한 방법일 것이다.

건강을 위해 산행을 하고 여가를 즐기는 것은 좋은 일이고 권장할 일이나 과도한 인파의 산행으로 인하여 광교산은 지금 몸살을 크게 앓고 있다. 앞으로 주 5일제가 확대되면 더욱 많은 등산객이 광교산을 찾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 아름다운 광교산을 자연 그대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 줄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깊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시민의식과 실천의지가 더욱 필요하다.

/이 병 만 수원 장안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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