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와 유가증권의 위조사례가 시중의 화제다. 최첨단 위조방지 요소까지 포함되어 있어 슈퍼노트라고 불리는 미달러화 위조물이 해외에서 국내로 대량 반입되다 적발되었는가 하면, 위조 자기앞수표의 대량 유통사태로 금융감독기관이 주의를 촉구하기도 하였다.
또 그간 다른 나라보다 위조화폐의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위조지폐의 발견횟수가 크게 늘고 있어, 화폐당국인 한국은행이 첨단 위조방지장치를 보강한 새로운 지폐의 발행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1/4분기중 발견된 위조지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배이상 증가한 총 3천153장이었으며 특히 서울과 인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경기지역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는 5천원권 위조지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7배나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위조지폐는 숨은 그림이 비슷하게 흉내내어져 있을 뿐 아니라 일련번호가 그래픽 변환프로그램으로 변경돼 있는 등 컴퓨터와 인쇄기술의 발달로 전례 없이 정교한 모습을 띠고 있다.
인류역사상 최초의 금속화폐가 등장한 것이 기원전 650년 쯤인데,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540년 무렵에 화폐위조가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화폐위조는 화폐제조와 궤를 같이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45년말의 ‘조선정판사 위조사건’이 유명하다. 이러한 화폐위조를 막기 위해 세계각국의 중앙은행 등에서는 많은 연구와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중세 중국에서는 위폐근절을 위해 전국의 뛰어난 위조범을 조폐기관 직원으로 특채하기도 했고, 12세기 영국의 헨리 1세는 위폐가 성행하자 조폐기관 직원에 혐의를 두고는 직원 1백여 명의 손목을 자른 일도 있다 한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도처에서는 화폐위조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비슷한 것은 가짜다”라는 말이 있듯이 위폐는 절대로 진폐가 되지 못한다. 단지 비슷할 뿐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위조한다 해도 그 한계가 있어 약간의 주의만 기울이면 위조지폐를 쉽게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우선 빛에 비춰보면 나타나는 초상화의 숨은 그림인데 위조지폐에는 이 숨은 그림이 아예 없거나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진폐에는 문자와 숫자 부분이 볼록하게 인쇄되어 있고 화폐 앞면의 왼쪽 아랫부분에 시각장애인용 볼록한 동그란 점자가 있어 대부분 평면인쇄인 위조지폐와 구별된다. 또한 지폐 가운데에 부분노출 은선을 넣고 있는데 위조지폐의 경우 이 부분이 검거나 은빛 물감 등으로 덧칠해져 있다. 이와 같이 진짜지폐와 위조지폐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잘 기억하고 있다 돈을 주고 받을 때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위조지폐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상점에서 점원이 손님으로부터 고액권을 받을 때 위조여부를 확인키 위해 빛에 비춰보거나 여기저기를 면밀히 살펴보는 사례를 흔히 보게 된다. 우리도 상대방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경제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자신이 받은 돈을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 번 더 살펴보는 일을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위조지폐의 통용은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경제활동을 마비시키는 등 사회에 말할 수 없이 커다란 폐해를 미치기 때문에 화폐위조범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하고 있으며 직접 화폐를 위조하지 않았더라도 위조지폐인 줄 알고 사용한 사람도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나만 손해볼 수 없다는 생각에 위조지폐인줄 알면서 몰래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어른들은 어린 학생들이 호기심으로 위조지폐를 만들어 재미삼아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끝으로 위조지폐를 발견하면 사용자의 인상착의나 탑승차량의 번호 등을 신속히 가까운 경찰서나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안 종 문 한국은행 경기본부 발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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