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대표하는 시대정신이 있게 마련이다. 이 시대정신은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국가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대정신은 자율과 창의에 바탕을 둔 ‘변화와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자율과 창의의 중요성은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율과 창의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숙성되어 있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자율과 창의는 실패를 용인하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발현되기 쉬운 것인데,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경직되고 비합리적인 조직문화나 사회분위기를 자주 보게 된다.
실패를 용인한다는 것은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 변화와 혁신의 추구 과정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정신과 과업성취를 위한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전정신의 함양과 지식과 경험의 축적을 위해서는 결과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경험과 과정도 중요시하는 문화가 빨리 조성되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의식구조를 가진 일본은 벌써 10여년 전부터 실패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실패사례에 대한 세미나 개최나 실패사례집의 발간 등을 통해 과업의 수행 과정에 축적된 귀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실패가 용인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회의 조성은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좀 오래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 수상은 우리나라의 의식구조가 경제발전 수준에 걸맞게 합리적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매우 예리하다고 소문난 사람인데, 의식구조의 전환이 그만큼 어렵다는 그의 견해에 대하여 동감한다.
이는 우리가 노력하면 그 기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희구하는 창의와 혁신은 지식과 경험의 축적, 그리고 과감한 도전정신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패가 용인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회의 조성을 위하여 체계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역시 각급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의가 꽃피는 아름다운 사회’가 하루 빨리 도래하길 기대해 본다.
/박 동 석 인천상의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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