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역전의 명수.인터프리터.칸, 누구를 선택?

■역전의 명수

‘역전(逆戰) 야구’로 유명한 군산상고의 고장 군산.

이곳 역 앞에는 명수라는 ‘양아치’ 녀석이 있다.

학교는 이미 중학교 때 깨끗이 정리했지만 ‘주먹’ 실력 하나는 꽤나 쓸 만한 편.

역전을 주름잡는 이 친구의 별명은 바로 ‘역전의 명수’다.

공부 잘하는 인재들만 모인다는 서울대학교. 이곳에는 수재 현수가 있다.

역전에 ‘양아치’ 떴다

커트라인 높다는 법대에 수석입학한 터라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은 이 친구에게는 ‘필수과제’처럼 보인다.

군산지역 최고의 수재로 이름을 날리던 현수의 미래는 꽤 밝아보인다. 똑 닮은 외모에 같은 지역 출신인 두 사람은 사실 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형제다.

그것도 명수가 2분 17초 먼저 태어난 쌍둥이. 둘의 미래가 확연히 달라보이는 것은 이 집안의 가훈과 어머니의 자식 교육방침 때문이다.

집안의 가훈은 ‘여자 말을 잘 듣자’며 어머니의 교육 방침은 ‘잘될 놈에게 몰아주자’니, 현수의 미래가 밝은 만큼 명수의 미래는 그저 암울할 뿐이다.

정준호의 1인2역 연기와 ‘쥑이는’ 제목으로 관심을 끌었던 영화 ‘역전의 명수’(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가 15일 개봉했다.

15자 내외로 설명될 만한 ‘콤팩트’한 줄거리와 그 내용이 모두 담겨 있는 듯한 ‘쌈빡한’ 제목, 출연작마다 어느 정도 이상의 흥행은 해주는 배우 정준호가 모였으니 일단 잘 짜여진 ‘기획 영화’의 요소는 모두 갖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영화는 아쉽게도 짜릿한 홈런 레이스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 관객에게 지루한 투수전 같은 지지부진한 재미만을 선사한다. 정준호가 연기하는 두 캐릭터의 대비도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편이며 뻔히 다음 장면이 예상되는 줄거리도 힘이 빠져 있다.

영화가 관객을 끄는 부분은 풍부한 조연진에 있다. 명수가 입소하는 교도소의 막내로 ‘변신’한 조형기나 파출소장 역의 임현식이 보여주는 애드리브와 ‘공공의 적2’의 박상욱, ‘말죽거리 잔혹사’의 박효준 등 탄탄한 조연급 연기자들의 모습은 ‘잔재미’를 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신인 박흥식 감독의 데뷔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향하는 현수의 여자 문제를 뒤처리하며 시작된 명수의 대타 인생은 2년 뒤 대신 군에 입대하며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2년여의 해병대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현수는 다시 현수 대신 교도소 생활까지 하게되고, 명수의 인생은 꼬여만 간다.

그 동안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법조인의 생활을 시작한 현수의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다. 드디어 출소 날, 그의 눈앞에 뜻밖에 미모의 여인 순희(윤소이)가 나타난다.

순희는 명수의 전 여자친구. 사회부 기자인 그녀는 명수를 이용해 부모의 원수를 갚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순희의 제안은 은행을 털자는 것. 구체적인 계획에 총까지 준비해 놓았으니 여로모로 당황되는 상황이다. 결국 순희의 꼬임에 넘어간 명수는 정계와 재계의 비리가 연루된 복잡한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15세 이상 관람가.

■인터프리터

UN통역관이 뭔 죄? ‘위험’하기에 더 매력적인

얼마 전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직후 미숙한 통역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니 UN 회의장에서 일하는 통역관의 스트레스는 어떨까. 첨예한 국제 문제들을 요리하는 현장에서 단어 한번 잘못 옮겼다가는 커다란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죽다’를 ‘사라지다’로 통역하면 바로 해고된다”는 극중 대사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일 터. 반면 그렇게 ‘위험’하기 때문에 매력적이기도 하다.

‘인터프리터’는 제목 그대로 통역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프리카 태생의 UN 통역사 실비아(니콜 키드먼)는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에 희귀한 아프리카 언어인 ‘쿠어’까지 구사한다.

그는 우연히 불꺼진 회의장에 들어갔다가 아프리카지도자의 암살을 모의하는 쿠어 대화를 엿듣는다. 현장에서 곧바로 도망쳤지만 그날이후 그는 목숨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얼굴을 못봤지만 말을 알아들었다는 죄다. 서구 미인의 전형인 니콜 키드먼이 아프리카 내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메릴 스트립과는 또 다르다. 스트립은 아프리카를 즐겼지만 키드먼은 아프리카를 위해 투쟁한다.

그러나 실비아가 한때 손에 총까지 들었고, 흑인 반군 지도자와 사랑을 나누기도 했던 사실은 많은 대사와 몇 장의 사진을 통해 보여질 뿐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의 첫 스릴러라서 그럴까. 참 생뚱맞고 어설프다.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칸, 누구를 선택?

지난해 ‘올드보이’의 영광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까? 다음달 11~22일 열리는 제58회 칸 영화제에 어떤 작품이 초청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한국 영화는 지난해 ‘올드보이’(칸 영화제)와 ‘빈 집’(베니스 영화제)이 잇따라 주요 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어서 올해 칸 영화제에서도 수상에 대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 출품이 확정된 작품은 감독주간에 초청된 ‘주먹이 운다’(감독 류승완)와 ‘그때 그사람들’(임상수) 등 두 편. 초청작 공식 발표가 예정된 20일에 정확한 목록이 나오겠지만 이들 작품들을 포함해 일단 5~6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작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영화제 소식에 밝은 한 국내 영화인에 따르면 경쟁부문에는 김기덕 감독의 신작 ‘활’의 초청이 유력한 가운데 ‘극장전’(홍상수)과 ‘달콤한 인생’(김지운)도 후보에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한국 영화사 두필름이 제작하고 중국 감독 장률이 메가폰을 잡은 ‘망종’과 ‘태풍태양’(정재은)도 경쟁 혹은 비경쟁 부문에 초청될 가능성이 높다.

이 영화인은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들 작품 외에도 단편 영화도 다수 초청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앞서 스크린데일리 인터내셔널도 런던발 기사에서 ‘활’과 ‘태풍태양’, ‘극장전’이 공식 초청작으로 유력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친절한 금자씨’(박찬욱)는 영화제 개막 때까지 완성이 어렵다는 점에서 출품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후보에 거론되고 있지만 ‘극장전’도 후반작업이 늦어져 8월 개최 예정인 베니스 쪽 출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칸 영화제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최종판인 ‘스타워즈-시스의 복수’(Starwars-Revenge of the Sith)가 개막작 혹은 공식 비경쟁부문 초청이 기대되는 가운데 ‘쿵푸허슬’(저우싱츠), ‘신 시티’(프랭크 밀러,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라스트데이즈’(구스 반 산트) 등이 초청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 김정은 <사진> 과 이범수가 코믹 영화 ‘요원의 수기’에서 호흡을 맞춘다. 이 영화는 산아제한 정책이 펼쳐지던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김정은은 가가호호를 방문해 자녀 수를 체크하는 공무원. 이범수는 그런 김정은의 눈을 따돌리는 가장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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