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작년보다 혼인식이 많아져서 주말이면 어김없이 예식장에 가야한다. 새로운 가정의 탄생을 축하하자는 주례사를 들으며 하객들은 신혼부부가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부가 되는 것이 가정의 탄생일 수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부부가 갈라설 경우에는 태어난 자녀들은 가정을 상실하고 마는 결과가 된다.
본래 가정이란 그렇게 수월하게 생길 수도 없고 없어지지도 않는다. 가정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만의 것이 아니고 오랜 옛날부터 조상들에 의해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고 먼 훗날까지 자손들에 의해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현대를 사는 우리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가정을 훌륭하게 관리하여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중계자이며 일시적인 관리자일 뿐이다. 가정이 확대된 것이 곧 사회이며 국가이다. 부모에게 자식이 효도하는 마음이 밖으로 확대되면 이웃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나타나며,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미루어 나가면 그것이 곧 어려움에 처한 주위의 이웃을 사랑하고 돌보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가정에는 나름대로의 오랜 역사가 있고 대대로 이어지는 전통이 있다. 국가와 민족에 역사가 있고 일정한 생활문화와 규범이 있듯이 사회조직의 핵심인 가정에도 역사와 전통이 맥맥히 흐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민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호주제는 오랜기간 존폐 논란을 뒤로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호주제 폐지는 남녀 평등이라는 시대적 흐름속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이기도 하지만 혈족과 가장 중심이던 가족을 변화시킬 것이다. 가족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아무리 미세해도 사회와 국가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 가족은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사회단위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속히 해체돼 가고 있다. 이혼율과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이고 출산율은 최저이다. 이 와중에서 노인문제와 소년소녀가장 문제처럼 국가 복지만으로는 감당하기 벅찬 부분이 커지고 있다. 가장을 중심으로 가족이 부모와 자녀의 생계와 복지를 책임지는 전통적 가족 복지의 몫이 더욱 절실한 상황임을 혼인하는 당사자들이 깊이 인식하기를 바란다. 또한 거시적인 차원에서 자치단체, 종교단체, 사회단체에서 신혼부부를 위한 혼인교실을 만들어 예비부부들에게 혼인의 준비와 행복한 가정생활의 경영에 대한 교육을 실시 할 것을 제안한다.
/윤 여 빈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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