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역지사지(易地思之)-기업 相生의 길

흔히 쓰는 말 중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본다”는 뜻이다. 요즈음처럼 역지사지라는 단어의 중요성이 마음에 와닿는 경우도 없었던 것 같다. 이것은 기업 활동에서 원활한 대화를 전제로 하는 협력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협력을 위한 대화를 할 때 원활한 대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패턴을 한마디로 ‘협력경제’ 또는 ‘제휴경제’라고 표현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정기업이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안되고 관련기업이나 대학·연구소 등과의 협력관계를 잘 유지해서 지혜를 모으고 힘을 결집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간에 지금과 같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싸게 만들어서 가장 빠른 시간 이내에 수요자에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1등을 하면 살아남고, 2등을 하면 도태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협력경제’의 시대 또는 ‘제휴경제’의 시대에 1등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하청기업간 협력 또는 산학연 협력 등이 효율적·효과적으로 잘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것이 생각한 대로 잘 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왜 원활한 협력이 잘 안되는지 고심하던 중에 우리나라의 유명한 노 철학자의 강연 내용이 생각나서 소개해 본다. 그분은 한국의 가장 큰 병폐로 ‘흑백논리’를 지적했다. 어떤 쟁점 사안이라도 50% 이상의 공통분모는 있기 마련인데, 외국의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우선 이 공통분모를 이야기하고, 이것을 전제로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비교적 원활한 대화와 토론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공통분모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이견이 되는 부분만 끄집어내어 대화를 하기 때문에 원활한 대화가 안된다는 지적이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 공통분모를 생각하고, 상호이익이 되는 부문을 생각한다면 원활한 대화와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역지사지의 사고를 기반으로 원활한 대화와 협력을 하는 것이 상생(相生)의 길이다. 대기업은 하청업체의 처지에서, 대학이나 연구소는 기업의 처지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이를 통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 경제의 더 큰 도약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박 동 석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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