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지방의원 해외연수 논란

지방의원의 해외여행이 연수인지 관광인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방의회가 나름대로 순기능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소모적인 논쟁으로 자신의 역할을 시민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소득 2만불 시대로 나아가려는 경제적 성숙도에 비해 아직 공공의 영역에서 민주시민사회의 성숙도는 매우 늦다는 자괴감마저 드는 대목이다.

외국의 선진행정과 정책 그리고 선진 문화를 배워 의정 활동에 활용한다는 명분 그 자체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여행이 이러한 본질적인 의미를 달성하고 있느냐이다.

의원의 입장에서는 해외에 가는 것만으로도 교육의 기회가 된다는 주장을 하고 한다.

문제는 장소와 방법 그리고 사후관리가 쟁점이 될 것이다. 지금 시민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가장 큰 쟁점은 모든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다녀 온 이후의 출장보고서 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원의 해외연수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첫째, 공직자의 해외 연수는 여행사를 통해 가는 것부터 시정되어야 한다. 여행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자체가 관광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단체 관광객의 수준이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여 방문하는 수준의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방문하여야 한다.

둘째, 방문국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을 하여야 한다. 최소한 자매 결연을 맺은 지역을 방문한다면 지역간의 이해를 증진한다는 명분을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의원의 경우 1년에 일회로 한정하며, 예산 책정에서 광역의원의 경우 1인당 180만원, 기초의원의 경우 1인당 130만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공익을 위해 필요한 출장이라면 소요 경비 전액이 지원되어야 한다.

자매결연의 지역이나 정책 연수를 위해 필요한 지역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이런 경우 예산에 반영되어야 한다. 공무원이 정책연수를 갈 때 의원의 시각에서도 볼 수 있도록 같이 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넷째, 이러한 예산의 비현실적인 상한선이 오히려 편법을 야기시키고 있다.

한 자치단체에서는 의원의 해외 연수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시청 공무원에게 관행적으로 얼마간 돈을 거두어 주다가 공무원 노조의 문제 제기에 의해 중단된 적이 있었다. 의원의 입장에서는 격려금 이었겠지만,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부담금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인당 130만원은 정부가 부담하고 초과분은 의원이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것 역시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의원 상조회에서 돈을 모아 개별적인 여행을 하는 것이면 몰라도 의원 신분의 연장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에서 의원 개인이 부담을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연수 목적을 공익에 합당한 목적으로 수정하고 지원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다섯째, 이러다 보니 국외여행을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구성하도록 한 국외여행심의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 7인의 위원이 의회 친화적 인사로 구성되고,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고 결과보고서를 접수하지 않아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의원연수에 대해 지방의회와 시민사회 간에 의미를 공유할 때가 되었다.

그 출발은 모든 과정을 공식화하고 공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주민의 대표인 의회와 시민사회간에 불신이 조장되는 정치 후진성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의원의 의식 전환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민주사회의 성숙은 사소해 보이는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원 희 한경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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