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인당 국민 총소득이 1995년 1만1천432달러로 1만달러를 넘은 이래 11년째(2003년 1만2천646달러) 거의 진전이 없다. 경제학자들은 2010년이 되어야만 2만달러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기업이 7~8개는 육성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2만달러 소득 달성은 대한민국의 단기 비전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2만달러 소득 달성의 걸림돌 중 하나가 농업분야이며 농업분야에서 소득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못한다면, 국민 총소득 2만달러 달성은 요원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2003년 우리나라 농업분야의 126만 농가가 32조원을 생산한 반면, 삼성전자는 6만 2천명의 직원으로 2004년 매출 58조원, 당기순이익 11조원을 기록하였다. 삼성전자와 농업을 같은 잣대로 단순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직원은 농가보다 약 40배 정도 더 효율적으로 일 한 것이 되고, 따라서 농업은 정말로 비효율적인 산업으로 생각 될 수밖에 없다. 농업의 가치를 단순히 식량과 농산물을 생산하는 상품기능으로만 평가하면, 우리 농업은 외국 농업에 비해 수지맞지 않는 비능률적인 산업, 그것을 생산하는 농촌은 비효율적인 일터, 농업 종사자는 저능률의 생산자로 낮춰보게 된다.
과연 농업에 대한 가치를 32조원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인가. 1960년대 이후의 우리나라 경제발전이 녹색혁명으로 대변되는 농업부분의 안정과 지원 때문이었음을 인정하고는 있으나, 우리 사회는 급격한 세계화, 산업화, 도시화 과정을 경험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등한시하게 되었다. 인류의 첫 번째 혁명인 1만년 전의 농업경제 실현으로 현 인류가 번성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이래로 현재까지 농업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와 공생을 목적으로 하는 유일한 산업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농업은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조화시키며, 여러 가지 공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국토의 정원사로서, 문화·전통·지역사회의 보존자로서, 그리고 환경생태계의 파수꾼으로서 농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 할 수 없다.
농업인, 농정 담당자, 농업학자 등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수치화하여 홍보를 통하여 일반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농업과 농촌의 당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숨어있는 가치를 찾기 위한 농업 관계자들의 노력과 우리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애정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강 상 헌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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