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묘문화가 매장 문화에서 화장 문화로 변모해 가면서 납골당 건립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납골은 1차 15년 동안 안치한 다음 연장을 할 수 있으나 최근에는 산골이라 하여 흙에 뿌리는 방법을 권장하고 있다. 매장에서 화장 문화로 바뀌면서 확실히 장묘시설 면적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이것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인가 보다.
산골을 반대하자는 것은 아니나, 우리의 뿌리인 조상에 대한 흔적이 모두 사라진 후 후손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가질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출산율이 낮아서 가족 구성원이라야 겨우 3~4명 정도인 요즘 선조들의 흔적조차 없애는 것은 재고해 볼 일이다. 그래서 산골보다는 우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납골당을 건축하는 길을 제안하고 싶다. 납골당을 격리된 곳에 건축하면 여러 가지로 좋지 않다. 오히려 사람이 많이 모이고 자주 접근할 수 있는 곳에 건축해야 한다.
어느 시든 시내 곳곳에 공원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이 공원을 이용하자. 그저 살아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쉼터 역할에서 지하에 사자들을 위한 문화 공간을 조성하여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한다. 물론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차츰 인식이 달라지리라 본다.
공원 지하를 이용 납골당을 계획 한다면 굉장히 많은 납골함을 안치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적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곳에 납골 시설과 함께 전시 공간과 공연 공간을 같이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곳에서 사자들을 위한 정기 공연이나 전시회 등을 열기도 하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함으로써 납골당에 대한 편견이 줄게 된다면 납골당을 배척하던 지역 이기주의도 없어지리라 본다.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의지를 가지고 해 볼만한 일이다.
항상 새로운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우리 수원시에서 시범적으로 시청 앞 88공원에 편의 시설과 함께 계획해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
/김 동 훈 한국건축가협회 경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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